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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영의 중국 정치·산업 四季] 엔비디아 제재의 역설, 국가 연산망으로 무장한 중국 인공지능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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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6. 1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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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27일 대만 검찰청에 전격 압수된 50대의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 서버는 현재 진행형인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의 물리적 단층선을 명확히 보여준다. 엔비디아(Nvidia)의 첨단 인공지능(AI) 칩을 탑재한 이 서버들이 일본을 거쳐 홍콩으로 밀반출되려다 적발된 이번 사건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포위망이 하위 물류망 단위까지 정교하게 조여왔음을 방증한다. 가장 앞선 연산 하드웨어의 합법적 조달 통로가 사실상 차단되면서 외부에서는 중국 인공지능 산업의 치명적인 고립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현지의 실물 경제 지표와 정책 기조를 교차해 보면, 중국 공산당은 제재의 빈틈을 찾는 수비적 대응에 머무는 대신 연산 생태계의 기저 표준 자체를 구조적으로 재편하는 거시적 설계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첨단 칩을 개별 기업이 각자도생으로 확보해야 하는 리스크로 방치하지 않고, 제15차 5개년 계획이라는 최상위 국가 기획을 통해 연산 자원을 직접 배분하는 거시적 설계에 돌입했다. 수자원이나 전력처럼 컴퓨팅 파워를 국가 필수 인프라로 격상시킨 이 계획에는 총 2조에서 2조 5,000억 위안의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며, 2026년 한 해에만 4,000억 위안 이상의 예산이 집행된다. 

중국 정부는 이 막대한 공공 자본을 바탕으로 동부 거점에 집중된 폭발적인 연산 수요를 서부의 저렴하고 풍부한 친환경 전력망으로 전송해 처리하는 동수서산(East Data West Computing) 메커니즘을 전면 가동했다. 이 효율적인 데이터 라우팅을 가동한 결과, 실물 현장에서 토큰당 전력 비용을 18%가량 절감하는 구조적 원가 혁신을 입증했다. 요컨대 15차 5개년 계획의 거대한 판 위에서 동수서산의 자원 배분이 맞물려 돌아가며, 전국 어디서나 연산 능력을 극도로 저렴하게 끌어다 쓸 수 있는 궁극적 인프라인 이른바 '컴퓨팅 고속철도망(산리가오톄)'을 완성해 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중국국가지식산권국(CNIPA)은 2035년까지 지식재산 종합 경쟁력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국가 전략에 맞춰 인공지능과 데이터, 표준필수특허(Standard Essential Patent) 관련 규정을 전면적으로 정비하며 기술 표준의 방어벽을 세우고 있다. 칩을 개별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면 국가 단위의 거대한 컴퓨팅 그리드와 표준 특허 장벽을 세워 연산 생태계의 규칙 자체를 새로 기획하겠다는 치밀한 접근이다. 

이러한 정책적 토대 위에서 제공되는 저비용 공공 인프라는 중국 빅테크와 스타트업들의 실행 무대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2024년 초 하루 1,000억 개 수준이던 중국 내 토큰(Token) 호출량은 2026년 3월 기준 140조 개로 무려 1,000배 이상 폭증했다. 단순한 문답형 인공지능이 복합 추론을 통해 스스로 도구를 호출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트(Agent)로 진화하면서 1회 호출당 소모되는 토큰이 최대 1,000배까지 늘어난 결과다. 하드웨어 조달 제약과 연산 원가 급증으로 텐센트 클라우드(Tencent Cloud) 등이 일부 모델 서비스 가격을 400% 이상 인상하는 시장의 압박 속에서도, 딥시크(DeepSeek)와 알리바바(Alibaba), 바이두(Baidu) 등은 오히려 토큰 가격을 파괴하며 가혹한 출혈 경쟁을 전개했다. 

현재 오픈에이아이(OpenAI)와 앤스로픽(Anthropic) 등 소수의 미국 기업들이 전 세계 인공지능 연간 반복 매출(ARR)의 91.9%를 독식하고 중국 기업들의 비중은 3.5% 수준에 불과하지만, 시장의 저변을 의미하는 글로벌 활성 사용자(MAU) 지표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전 세계 이용자의 46.0%를 확보하며 미국(43.2%)을 앞서기 시작했다. 트래픽은 중국에 집중되고 수익은 미국이 가져가는 거대한 구조적 미스매치 현상 속에서, 해외 매출 비중이 이미 70%를 넘어선 미니맥스(MiniMax)처럼 내수 생태계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을 파고드는 중국 기업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칩의 물리적 유입이 차단된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공공 연산망 최적화와 소프트웨어 박리다매 전략으로 독자적인 진화를 이루어내는 중국의 기술 산업 실체는, 하드웨어 장비와 메모리 반도체 수출에 의존하며 인공지능의 경쟁력을 단순히 칩의 확보량으로만 판단해 온 한국 산업계에 서늘한 질문을 던진다. 기술 패권의 실질적 지배력은 단위 시간당 가장 빠른 프로세서를 소유하는 것을 넘어, 국가 전체의 연산 인프라 운영 원가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와 글로벌 표준 특허를 선점하여 기술적 종속을 피하는 데 좌우되기 때문이다. 

대만발 밀반출 단속이라는 일회성 하드웨어 제재 국면에 안도할 시기가 아니다. 한국은 물리적 하드웨어의 병목을 우회하기 위해 거대한 데이터 스케일과 공공 연산망을 무기 삼아 대안적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완성해 가는 중국의 기저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국내 인프라의 비용 효율성과 지식재산권 방어 논리를 시급히 재점검해야만 실물 경제의 거대한 단층선에서 고립되지 않을 것이다. 

/김동영 (중국경영연구소 부소장 /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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