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미지 | 0 | | 서울 영등포 '여의도 브라이튼 도서관' 내 통창 너머로 단지 내 정원 브라이튼 가든의 녹음이 한눈에 들어오는 휴게 열람 공간. 지하 공간임에도 성큰(Sunken) 구조를 활용한 개방형 설계 덕분에 개방감이 뛰어나다./김다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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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채납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는 서울 핵심 정비사업 현장에서 '상생 모델'로 주목받는 사례가 등장했다. 부동산 개발사 신영이 서울 영등포 여의도의 고급 복합단지 '브라이튼 여의도' 내 공간을 기부채납하고, 영등포구가 이를 도서관으로 운영하면서 개관이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누적 방문객 12만명에 육박하는 흥행 성과를 거둔 것이다. 민간의 공간 기획력과 공공의 운영 역량이 결합할 경우 기부채납이 단순한 의무 이행을 넘어 지역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영등포구청과 신영에 따르면 여의도 브라이튼 도서관은 지난 3월 31일 임시 개관 이후 5월 말까지 누적 방문객 11만8981명을 기록했다. 월별 방문객 수는 3월 2427명, 4월 5만6655명, 5월 5만9899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일평균 방문객은 2333명에 달했으며 토·일요일 방문객은 각각 2474명, 2589명으로 평일을 웃돌았다. 도서 이용률도 높다. 4월 28일 정식 개관 이후 5월 31일 까지 누적 대출 건수는 1만6144권에 달했다. 현재 비치된 장서는 2만8019권 규모다. 총 350석 규모의 열람 공간은 주말마다 대부분 만석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 이미지 | 0 | | 브라이튼 여의도 지하 1층에 위치한 '여의도 브라이튼 도서관' 입구 전경./김다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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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 10일 기자가 방문한 브라이튼 도서관은 평일 오후임에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오후 2시를 넘어서자 350석이 사실상 모두 찼고 이후 방문객들은 자리가 나기를 기다려야 했다.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부모부터 노트북을 펼친 직장인, 독서 모임을 가진 중장년층, 휴식을 즐기는 고령층까지 이용층도 다양했다. 지하 공간임에도 통창 너머로 보이는 '브라이튼 가든'의 녹음이 개방감을 더하며 일반 공공도서관과 차별화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용객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20대 대학생 최모 씨는 "학교 도서관은 시험기간마다 자리 경쟁이 치열한데 이곳은 공간이 넓고 집중하기 좋은 분위기"라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에 30년 넘게 거주했다는 50대 주민 이모 씨는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로 자주 찾는다"며 "책도 읽고 모임도 할 수 있어 카페보다 활용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 이미지 | 0 | | 여의도 브라이튼 도서관 내부 전경. 문턱 없는 평탄한 바닥과 넓은 통로 폭 등 배리어프리 동선이 구현돼 있어 유모차와 휠체어 이용객도 불편 없이 이동할 수 있다./김다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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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내부는 기존 공공도서관의 딱딱한 구성과 틀에서 벗어난 모습이었다. 이동형 가구와 다양한 좌석 배치를 통해 개방형 구조임에도 소음을 최소화했고, 휠체어와 유모차 이용이 원활하게 문턱이 존재하지 않는 '배리어프리' 동선도 구현했다. 안쪽으로 들어서자 영어 원서 전용 자료실과 영어 키즈카페가 별도 공간으로 마련돼 있었다. 특히 예약제로 운영되는 키즈카페에서는 원어민 교사가 5~7세 아동을 대상으로 영어 과학·체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지난 4월 열린 김애란 작가와의 만남 행사는 모집 시작 2분 만에 정원 70명과 대기 20명이 모두 마감되기도 했다.
이 같은 흥행의 배경에는 신영의 치밀한 사전 기획과 영등포구의 적극적인 협력이 있었다. 브라이튼 여의도는 신영이 옛 여의도 MBC 부지를 개발해 조성한 고급 복합단지다. 공동주택 2개 동·오피스텔 1개 동·오피스 1개 동으로 구성됐으며, 공동주택은 지하 6층~지상 49층 규모에 전용면적 84~132㎡형, 454가구로 이뤄졌다.
신영은 사업 초기부터 기부채납 공간 역시 단지의 품격과 정체성에 걸맞게 조성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에 따라 설계 단계에서부터 지하 1층 전체를 기부채납 공간으로 계획했다. 또한 수도권 공공도서관과 민간 서점·도서관 등 15곳 이상을 직접 벤치마킹하며 공간 활용 방안을 검토했다. 그 결과 공공도서관의 공공성과 민간 문화공간의 콘텐츠 경쟁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도서관' 모델이 탄생했다. 핵심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갖춘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해 공공성을 확보하고, 이를 지역 명소로 발전시켜 궁극적으로는 브라이튼 브랜드 가치와 지역 경쟁력을 함께 높이는 구조다.
 | 이미지 | 0 | | 영어 원서 자료실 내 열람 공간에서 방문객들이 독서와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은은한 조명과 서가가 어우러진 인테리어는 기존 공공도서관의 딱딱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민간 프리미엄 서점에 가까운 분위기를 연출한다./김다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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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콘셉트 역시 여의도의 지역 특성을 적극 반영했다. 국제금융도시라는 입지를 고려해 영어 특화 콘텐츠를 강화했고, 건물 중심부를 360도로 개방한 '성큰(Sunken)' 구조를 활용해 어느 방향에서나 접근 가능한 열린 문화공간으로 설계했다. 영등포구는 이 같은 제안을 적극 수용했다. 협의 과정에서 설계사 선정과 도서관 디자인·콘셉트 수립에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했고, 대신 예산 범위 내에서 실질적인 시공 품질을 확보하도록 했다. 신영 관계자는 "브라이튼 여의도라는 공간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문화시설이 필요하다는 데 처음부터 뜻이 있었다"며 "단순히 공간을 내어주는 기부채납이 아니라, 어떻게 채울 것인가를 함께 고민한 결과가 지금의 브라이튼 도서관"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브라이튼 도서관은 서울 자치구 최초의 영어 특화형 서울형 키즈카페를 포함한 복합 문화 플랫폼으로 완성됐다. 영어 키즈카페는 서울시 아동교육 우수사례로 선정됐으며, 이번 주에는 미국 NBC의 현장 취재도 예정돼 있다. 1971년 여의도 종합 개발계획 이후 약 55년 만에 들어선 대형 공공 문화시설이라는 상징성도 갖는다.
 | 이미지 | 0 | | 영어 특화형 서울형 키즈카페 여의동점 전경. 미끄럼틀·블록놀이 등 놀이시설과 영어 학습 환경을 결합한 공간으로, 원어민 교사가 상주하며 5~7세 아동을 대상으로 영어 과학·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김다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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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브라이튼 도서관 사례가 향후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의 기부채납 논의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압구정·성수·반포 등 한강변 정비사업지에서는 기부채납 시설의 종류와 활용 방식을 두고 조합과 지자체 간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 가운데 브라이튼 도서관은 민간 개발사가 지역 수요와 공간 특성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제안하고, 공공이 이를 적극 수용·운영했을 때 기부채납이 갈등의 씨앗이 아닌 지역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라는 평가다. 한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기부채납 갈등의 본질은 면적이나 금액 문제가 아니라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 부재인 경우가 많다"며 "브라이튼 도서관처럼 민간과 공공이 초기 단계부터 활용 방안을 함께 설계한다면 불필요한 갈등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 미래교육과 관계자는 "브라이튼 도서관은 도심 속에서 독서와 휴식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라며 "높은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주민과 직장인 모두가 만족하는 도서관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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