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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후속 조치에 들어가면서 일단 한숨 돌린 듯 보인다. 그러나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불안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전쟁은 종전이나 휴전과 함께 비교적 명확한 안정기가 지속됐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4월 휴전을 시작으로 재협상에 재협상을 거듭했으며, 그 기간에도 서로를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오늘 약속하고 내일 그것을 번복하는 것을 우리는 지난 수개월간 목도했다.
한때 국제사회는 자유무역 확대와 경제 성장,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비교적 분명한 방향성을 공유했다. 지금은 다르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동맹국과의 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유럽은 다시 뭉치고 있으며,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했던 영국 내에서는 EU 재가입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통적인 외교는 느슨해졌지만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 세계가 국방력 강화에 달려들며 드론과 인공지능(AI)을 앞세운 비대칭 무기 중심의 방산 시장은 비대해지고 있다. AI는 새로운 번영을 약속하는 동시에 가짜 뉴스와 딥페이크, 초개인화된 선전 등을 통해 민주주의 근간과 사회적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불안은 청년층에게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최근 인도에 등장한 '바퀴벌레당(Cockroach Janta Party)' 현상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취업난, 경제적 좌절을 겪는 청년들이 스스로를 혐오의 대상인 바퀴벌레로 규정하며 저항의 상징으로 바꿔낸 것이다. 혐오와 조롱이 정치가 되고 밈(meme)이 사회운동이 되는 시대다.
기존 질서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수록 예상치 못한 현상들은 더 자주 일어난다. 갤브레이스는 불확실성을 없애려 노력하기보다는 받아들일 것을 제안한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믿음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을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적응력'과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다.
전쟁은 끝날 수 있다. 하지만 불안은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갤브레이스가 말했던 '불확실성의 시대'를 넘어, 불확실성 자체가 새로운 질서가 된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