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취재후일담] 단순 실수일까… 식품기업 잇단 공시 누락에 쏠린 의구심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4.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625010009083

글자크기

닫기

정문경 기자

승인 : 2026. 06. 25. 17:49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하림지주의 전북 익산 사옥 전경 하림지주
하림지주의 전북 익산 사옥 전경./하림지주
최근 식품기업들의 공시를 살펴보다 보면 유독 자주 눈에 띄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기재정정', 그리고 '공시 누락'입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8일 상미당홀딩스(구 SPC그룹) 관계사인 삼립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예고를 받았습니다. 지난해 2월과 8월 등 두 차례 이뤄진 채무보증 결정이 공시되지 않았고, 지난 2월 채무보증 결정 역시 약 4개월이 지나 뒤늦게 공시됐기 때문입니다.

거래소의 지정예고가 바로 최종 제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는 소명 절차를 진행할 수 있고, 향후 심의를 거쳐 최종 결과가 확정됩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순한 실무 착오로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채무보증은 기업의 재무적 책임과 직결되는 사항으로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주목할 점은 삼립 사례가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하림지주는 지난 2월 정기주주총회 소집 결의 공시를 냈다가 한 달 뒤 기재정정 공시를 통해 집중투표제 관련 안건을 별도로 분리했습니다.

더 큰 논란으로 번진 사례는 농심입니다. 농심은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자료 제출 과정에서 친족회사와 임원 관련 회사 등 총 39개사를 누락한 혐의로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조치를 받았습니다. 회사 측은 담당자의 착오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단순한 실수 여부를 넘어 공시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나왔습니다.

각각 사안은 다르지만 공통점도 있습니다. 지배구조와 주주권, 계열사 현황, 내부거래 등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바라보는 정보와 연결돼 있다는 점입니다.

또 다른 사례는 신세계푸드입니다. 현재는 이마트의 100% 자회사 편입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이마트와 신세계푸드의 주식교환 결정과 관련해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정정명령을 내렸습니다.

금감원은 단순히 거래 구조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식교환 비율 산정 근거와 소액주주 권익 보호 방안 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습니다. 단순한 절차적 보완이 아니라 소액주주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됐는지, 권익 침해 소지는 없는지를 따져 묻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는 최근 금융당국의 감독 기조 변화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이나 합병, 주식교환과 같은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정보 제공의 충실성과 주주 보호 여부를 이전보다 훨씬 엄격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최근 기업들은 밸류업과 주주환원을 강조하며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시장이 기업에 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신뢰입니다. 기업과 투자자가 처음 만나는 접점은 공시이고, 숫자 하나와 문구 한 줄이 투자 판단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최근 사례들을 보면 단순한 오탈자나 연락처 수정이 아니라 지배구조와 주주권, 계열사 현황 등 중요한 사안에서 공시 누락과 정정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밸류업의 출발점은 거창한 주주환원 정책이 아닐 수 있습니다. 시장과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인 성실 공시, 그리고 투자자들이 믿고 판단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 제공이 먼저일 것입니다.
정문경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