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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이후 시민들은 올림픽공원에 모여 재선거와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정치권이 집회에서 나온 모든 주장에 동의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투표하지 못했다"는 피해자들과 시민들의 문제 제기만큼은 외면해서는 안 된다. 참정권은 어느 진영의 의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기본권이다.
시민들이 묻는 것은 단순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으며, 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뒤따르지 않느냐는 것이다.
반면 정치권은 비용과 정치적 유불리를 먼저 따졌다. "재선거에 돈과 시간이 얼마나 드느냐", "이미 결과가 나왔는데 다시 할 이유가 있느냐", "오세훈 시장이 승리한 선거인데 재선거 요구가 말이 되느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현장을 찾으면 '부정선거론에 동조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일부 의원들은 이런 부담을 이유로 참석을 망설이거나 불참한다고도 했다. 이는 사태의 본질을 결과와 정치적 유불리의 문제로 환원한 시각이다. 이번 사안의 출발점은 부정선거 논란이 아니라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장동혁 지도부를 비롯해 일부 의원들이 여러 차례 현장을 찾았지만, 정작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서울 지역 정치권의 참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사태가 발생한 서울에서 지역 의원 가운데 현장을 찾은 인사는 3명 정도에 그쳤다. 송파 지역구 의원은 물론 인접 지역구 의원들까지 대부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른 지역 의원들이 서울을 찾는 동안 정작 가장 먼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지역구 의원들은 침묵했다.
지역 정치의 기본은 주민들이 겪는 문제를 가장 먼저 확인하고 이를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자신의 지역에서 참정권 논란이 발생했고, 이후 시민들이 수차례 거리로 나왔다면 올림픽공원은 그 자체로 지역 정치인이 가장 먼저 찾아야 할 현장이었다. 이는 집회 참가자들의 모든 주장에 동의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정치인이 현장을 찾는 것은 특정 주장에 동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민이 무엇을 호소하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참정권 침해라는 본질보다 '부정선거 프레임'을 먼저 의식해 거리를 두는 모습은 정치적 계산일 수는 있어도 정치의 책임 있는 태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큰 비용은 재선거에 드는 돈이 아니라 국민이 선거를 믿지 못하게 되는 일이다. 시민들은 단순히 결과를 바꾸자고 모인 것이 아니다. 다시는 누구도 투표하지 못하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제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은 정치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