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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이터 연합 |
중동 내 이해 당사국 간의 이런 역학 구도 변화 이외의 우려되는 점은 이번 협정이 미국이 국제사회에 강제해 온 핵 억제 정책의 기준을 모호하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 미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와 협정에서는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전면 포기토록 했었다. 이란에는 농축 포기를 요구해 오다 전쟁까지 일으켰다. 그런데 사우디에 대해서는 예외를 허용한 것이다. 화약고인 중동 전역에서 핵 개발 봇물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미 에너지부의 성명에 사우디가 자체적으로 우라늄을 농축하거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사우디 내 농축시설 건설의 상업적 타당성을 2년간 공동 연구한 뒤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긴 하다. 그러나 이번 협정은 '전략적 필요가 있다면 미국의 비확산 원칙도 조정될 수 있다'는 메시지로 국제사회가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민간 원전 프로그램이라도 국제사회가 경계해 온 이유는 민간용 농축이 결국 군사용 핵 프로그램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사우디 협정 내용은 한반도 상황과 무관치 않다. 우리 역시 원자력 잠수함 추진용 핵연료 확보를 위해 미국과의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은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원자력 협력의 원칙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동시에 사실상 핵보유국인 북한과 핵보유국인 중국·러시아와 한미일이 대치하는 동북아 안보 지형에서 있을지도 모를 미국의 핵 비확산 기준 변화가 어떤 파장을 미칠지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미국이 사우디에 대한 예외 허용 논리를 그대로 동북아에도 적용할지, 아니면 우리에는 엄격한 잣대를 그대로 들이댈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어느 쪽이든 우리의 안보와 직결된 문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정부는 이런 흐름을 면밀히 따지며, 명분에 갇히지 않고 국익에 최대한 부합하는 현실적인 핵 정책을 짜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