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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사우디 원자력협정, 한반도 파장 면밀 점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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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7. 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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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연합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을 사실상 허용하는 원자력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자체적으로 핵물질 농축·재처리의 잠재적 허용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져 중동 세력 재편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중동 및 세계 핵 개발의 도미노 현상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협정에는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여러 노림수가 있다. 미국은 자국 원전기업의 수주 기회를 확보하고 중국·러시아의 중동 원전시장 진출을 견제하는 실리를 챙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비전 2030'에 따른 에너지 다변화와 함께 숙적 이란을 견제할 전략적 기반을 얻었다.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결과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선 단순한 원전 수출 계약을 넘어 이란 전쟁 속에서 흔들리는 중동 세력 균형을 자국 주도로 재편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사우디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자국도 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중동 내 이해 당사국 간의 이런 역학 구도 변화 이외의 우려되는 점은 이번 협정이 미국이 국제사회에 강제해 온 핵 억제 정책의 기준을 모호하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 미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와 협정에서는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전면 포기토록 했었다. 이란에는 농축 포기를 요구해 오다 전쟁까지 일으켰다. 그런데 사우디에 대해서는 예외를 허용한 것이다. 화약고인 중동 전역에서 핵 개발 봇물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미 에너지부의 성명에 사우디가 자체적으로 우라늄을 농축하거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사우디 내 농축시설 건설의 상업적 타당성을 2년간 공동 연구한 뒤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긴 하다. 그러나 이번 협정은 '전략적 필요가 있다면 미국의 비확산 원칙도 조정될 수 있다'는 메시지로 국제사회가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민간 원전 프로그램이라도 국제사회가 경계해 온 이유는 민간용 농축이 결국 군사용 핵 프로그램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사우디 협정 내용은 한반도 상황과 무관치 않다. 우리 역시 원자력 잠수함 추진용 핵연료 확보를 위해 미국과의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은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원자력 협력의 원칙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동시에 사실상 핵보유국인 북한과 핵보유국인 중국·러시아와 한미일이 대치하는 동북아 안보 지형에서 있을지도 모를 미국의 핵 비확산 기준 변화가 어떤 파장을 미칠지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미국이 사우디에 대한 예외 허용 논리를 그대로 동북아에도 적용할지, 아니면 우리에는 엄격한 잣대를 그대로 들이댈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어느 쪽이든 우리의 안보와 직결된 문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정부는 이런 흐름을 면밀히 따지며, 명분에 갇히지 않고 국익에 최대한 부합하는 현실적인 핵 정책을 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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