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는 조속히 낙태죄 후속입법을 마무리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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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형사5부(김용석 부장판사)는 23일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병원장에게 징역 4년(벌금 150만원, 900만원 추징, 5년간 아동 관련기관 취업 제한)을 선고했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에겐 징역 2년 6개월(5년간 아동 관련기관 취업 제한)이 선고됐다. 특히 산모에 대해선 사건 당시 '태아가 뱃속에서 사산된 상태로 배출된다고 알았다'는 점이 인정돼 무죄로 바뀌었다. 1심에선 병원장에게 징역 6년, 집도의에게 징역 4년, 산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바 있다.
사건은 2024년 한 산모가 자신의 유튜브에 '총 수술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영상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보건복지부의 수사의뢰로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가 사건을 맡았다. 수사 결과, 제왕절개로 꺼낸 태아를 미리 준비한 사각포로 덮고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경영이 어려워진 병원장이 브로커를 통해 약 2년간 527명의 임신중절 환자를 소개받아 14억6000만원 상당의 수술비를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형법상 살인죄의 객체는 '사람'이다. 태아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진통이 시작돼 산모의 몸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 때부터 사람으로 본다. 이번 사건의 경우 태아가 제왕절개를 통해 산모와 완전 분리 됐기 때문에 살인죄가 적용됐다.
이번 사건을 통해 살인의 수단으로 사용된 낙태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그러나 이를 규정하는 낙태죄는 헌법불합치 이후 6년째 입법 공백 상태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자기낙태죄와 의사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2020년 말까지 새로운 입법을 마련하라고 국회에 주문했다. 기존 법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하면서도, 태아의 생명 보호 역시 헌법상 중요한 가치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국회는 지금까지도 임신 주수별 허용 기준과 예외 사유, 의료 절차, 국가 지원 체계를 담은 후속 입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임신 후기 태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법원이 개별적으로 형법을 해석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입법부가 해결했어야 할 문제를 사법부가 떠안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낙태와 관련한 타협 가능한 중간지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시 국회는 임신 14주 이내는 여성의 요청만으로 임신중지를 허용하고, 24주까지는 일정한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 허용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낙태 찬반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여성단체는 임신 주수 제한 자체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사실상 비(非)범죄화를 요구했다. 반대로 종교계와 생명운동 단체는 태아 생명권 보호를 이유로 허용 범위를 대폭 축소하고 인정 사유 역시 더 엄격한 제한을 주장했다.
낙태 문제는 단순한 형사정책이 아니라 의료 서비스와 관련된 사안이다. 법률로 정해진 임신중지 허용 기준과 절차가 사라지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은 극심해지고 있다. 건강보험 적용, 상담·지원 제도, 의료인 보호·의약품 관리 등 제반 시스템 자체가 붕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산모의 형사처벌이 무죄로 바뀐 것보다 헌법불합치 이후 입법 공백 속 혼란으로 이러한 비극이 발생했다는 점을 주목해주길 바란다"며 "정부에선 임신중지와 관련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방기하고 있다. 입법부는 조속히 낙태죄 후속입법을 마무리 해 더이상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