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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도구 넘어 주인공으로…방송가 파고든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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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6. 08. 1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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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 액션·'머더클럽' 사건 현장 생성형 AI로 구현
'기이안 연애'선 연애 상대까지 방송 콘텐츠 역할 확대
표현 영역 넓히지만 저작권·인력 변화 등 과제도
김부장 AI
'김부장'에서 소지섭(김부장 역)이 북파돼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장면이 AI로 제작됐다/SBS
인공지능(AI)이 방송가 안으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자막이나 번역, 후반 작업을 돕는 수준을 넘어 드라마의 주요 장면을 만들고 예능의 서사를 보여주는 장치로 쓰인다. 최근에는 출연자가 관계를 맺는 상대 역할까지 맡고 있다.

지난달 25일 종영한 SBS 드라마 '김부장'은 이런 변화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김부장(소지섭)의 과거를 다룬 2회 오프닝 약 3분 분량의 액션 시퀀스가 생성형 AI로 만들어졌다. 총격과 차량 추격, 충돌과 추락 등 실제 촬영에 많은 인력과 장비가 필요한 장면들이다. 하나의 시퀀스 전체에 AI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소지섭은 '김부장' 종영 인터뷰에서 "위험하거나 사람이 할 수 없는 부분에서는 AI로 하고 있는 추세라 함께 가야 한다고 본다"면서 "아직 부족한 점도 있고 인간을 대체하는 일이라 조심스럽지만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장면을 만드는 데 쓰인 AI는 예능에서 이야기의 전달 방식까지 넓혀가고 있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디즈니+ '머더클럽'은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한 출연진이 가상의 살인사건 용의자가 돼 범인을 추리한다. 교도소에서 죄수복을 입고 총을 쏘는 페이커처럼 실제 촬영하지 않은 알리바이와 사건 현장을 생성형 AI 영상으로 구현해 추리에 활용한다.

페이커
프로게이머 페이커가 디즈니+ '머더클럽'에 출연했다/디즈니+
기이안 연애
'나의 AI 파트너-기이안 연애'는 인간과 AI 파트너와 직접 데이트를 하는 모습을 담은 '나의 AI 파트너-기이안 연애'/SBS
AI 자체를 출연자의 상대역으로 내세운 예능도 등장했다. 오는 20일 첫 방송되는 SBS '나의 AI 파트너-기이안 연애'는 기안84와 장도연, 이유비가 AI 파트너와 데이트하며 인간과 AI 사이의 관계를 살펴본다. 기존 연애 예능이 사람 사이의 호감과 선택을 따라갔다면 이번에는 관계의 한쪽을 AI로 바꿨다. 제작을 돕던 AI가 이제는 콘텐츠의 형식과 이야기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제작 환경과도 맞물려 있다. 제작비 부담은 커지고 콘텐츠가 요구하는 화면의 규모는 높아지면서 실제 촬영으로 구현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장면을 AI로 보완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어서다. 다만 활용 범위가 커질수록 풀어야 할 문제도 늘어난다. AI 특유의 어색한 움직임과 질감은 몰입을 떨어뜨릴 수 있고 학습 데이터와 생성물의 저작권,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 사용, 기존 제작 인력의 역할 변화도 논의가 필요하다.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AI가 제작의 상당 부분을 대신할수록 창작자의 역할은 직접 만드는 것보다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이야기를 완성할지 판단하는 데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기획력과 판단력뿐 아니라 결과물에 대한 책임도 결국 사람의 몫"이라고 말했다.

AI 활용이 늘면서 창작자의 역할뿐 아니라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방송 제작의 보조 수단을 넘어 콘텐츠의 장면과 서사를 구성하는 요소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능에서 인간이 AI와 관계를 맺으며 나타나는 감정과 반응 자체가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전에는 편집이나 CG, 제작비와 시간을 줄이는 기술로 활용됐다면 이제는 AI가 장면을 만들어내고 출연자와 관계를 맺으며 서사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중요한 것은 AI를 사용했느냐보다 AI를 통해 기존 콘텐츠에서는 볼 수 없었던 어떤 이야기와 경험을 만들어내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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