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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해진 글로벌 공급망…K-제약·바이오, 다음 과제는 ‘체질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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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우 기자

승인 : 2026. 09. 2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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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공급망 갈등 속 협력·생산거점 다변화
에스티팜 올리고 수주 3100억…공정 혁신 가속
유한양행·삼성바이오, 인프라·모달리티 확보 집중
"지리적 분산 넘어 신약 모달리티·기술력 승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마스터세포은행(MCB) 생산 서비스 이미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마스터세포은행(MCB) 생산 서비스 이미지. /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미·중 공급망 갈등 속에서 미국의 생물보안법과 함께 글로벌 제약·바이오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다.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국내 원료의약품(API)과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잇단 수주로 역량을 증명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빅파마들이 공급망과 협력 방식을 다변화하고 있어, 지속 가능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는 게 중론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API·CDMO 기업들의 수주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에스티팜은 최근 미국 글로벌 바이오텍 기업과 약 913억원(6613만달러)의 올리고핵산 치료제 API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들어 세 번째 대형 공급계약으로 수주 규모를 키우고 있다. 유한양행은 글로벌 제약사들과 API 공급 계약을 이어가며 올해 누적 수주 약 47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유럽 제약사와 약 3508억원(2억6218만달러) 규모의 장기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미·중 공급망 갈등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 API·CDMO 대체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의 대응이 단순한 '탈중국'으로만 흐르는 것은 아니다. 기존 계약에 일정한 유예기간이 적용되는 데다 중국 기업과의 협력 방식을 재편하거나 생산거점을 다변화하는 등 공급망 전략도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달 아스트라제네카는 중국 제약사 CSPC 파마수티컬과 중국 스자좡에 바이오의약품 생산 JV를 설립하기로 했다. 양사는 CSPC의 제조 역량과 아스트라제네카의 글로벌 품질·공급망 관리 역량을 결합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싱가포르, 유럽 등 중국 본토 밖으로 생산 거점을 넓혀왔다.

이처럼 공급망 재편이 다층적으로 진행되면서 국내 기업이 생물보안법에 따른 반사이익만으로 장기 수주를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생물보안법에만 기대 얻는 일시적인 반사이익은 한계가 있다"며 "단순한 지리적 분산을 넘어 중국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수율 노하우와 업스트림(기초 원료) 품질 통제력, 차세대 모달리티(치료법) 영역에서 기술 격차를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공급망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체질 개선과 고부가가치 역량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스티팜은 올리고핵산(약 3100억원)과 저분자화합물(약 700억원)의 수주잔고를 3년 전보다 각각 약 88%, 308% 이상 늘리며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회사는 임상 초기부터 만성질환 상업화까지 타깃을 넓히는 투 트랙 올리고 전략과 수율을 최대 25%까지 향상시키기 위한 공정 혁신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갈낙(GalNAc), 펩타이드, 올리고 접합체 중간체 등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는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길리어드 사이언스 등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이어진 API 수주 증가에 맞춰 자회사 유한화학의 화성공장 신규 HC동 착공 등 생산 인프라를 확장하는 한편, 오송 공장의 경구용 고형제 생산능력(CAPA) 확대를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과 CDMO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항체와 메신저리보핵산(mRNA) 의약품에 이어 항체·약물접합체(ADC) 전용 시설을 구축하고, 지난 7월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를 결정하며 펩타이드 CDMO로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섰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규모는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수율과 공정 노하우는 살 수 없다"며 "세포주·공정 개발 역량 고도화와 ADC, 이중항체, 유전자치료제(AAV), mRNA 등 차세대 모달리티 생산 역량의 선제적 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문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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