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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압박에 끌려가는 대미투자… 韓 투자 주도권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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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승인 : 2026. 10. 0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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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알래스카·EOR 잇단 제시
사업 규모 합산 2007억 달러 규모
USTR 301조 추가관세 변수도
20261005_대미 전략투자 주요 일지
한미 간 대미 전략투자가 첫 자금 집행에 들어가며 본격적인 이행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투자 사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미국이 양국의 공식 합의에 포함되지 않은 대규모 에너지 프로젝트와 투자 규모를 잇따라 제시하고 있어서다. 우리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과 국익을 기준으로 투자 대상을 선별하겠다고 재차 밝혔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형 사업을 발표하며 사실상 선택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한미 양국의 공동 팩트시트 발표 당일 우리 정부의 참여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500억 달러 이상의 한국 자금이 투입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최근에는 합의에 포함되지 않는 84억 달러 규모의 석유회수증진(EOR) 프로젝트까지 공개했다. 양국 공동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은 사업까지 공개하며 한국의 투자 대상으로 기정사실화하는 양상이다.

5일 관계부처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측이 제시한 대미 전략투자 사업 규모를 단순 합산할 경우 한미가 합의한 2000억 달러의 투자 한도를 넘어선다. 이미 확정된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사업이 223억 달러, 미국 내 원전 8기 건설이 1200억 달러 규모다.

여기에 미국 측이 알래스카 LNG 사업에 투입될 것이라고 밝힌 최소 500억 달러와 최근 언급한 EOR 프로젝트 84억 달러까지 더하면 총 2007억 달러에 달한다. 양 국의 대미 투자 규모는 2000억 달러가 넘지 않기로 양국이 합의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곧바로 투자 여부와 규모가 결정된 것이 아니라며 미국 측 발표와 거리를 두고 있으며, 개별 사업의 상업적 합리성과 국익을 따져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는 기존 원칙에도 변함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특히 EOR 프로젝트의 경우 양국 간 합의된 사안이 아니라며 통상 채널을 통해 미국 측에 발표 경위 등을 확인하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선을 긋고 있지만 미국 측의 압박 수위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알래스카 LNG 사업 투자를 확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자신의 발표가 성급한 것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사업 참여를 원하지 않는다면 "더 많이 청구하면 된다"며 "곧 합의하지 않으면 '두 배'로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두 배로 하겠다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대미투자를 전제로 한미 간 관세 협상이 이뤄진 만큼,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 여부를 관세 등 다른 분야의 부담과 연계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추가 관세 카드도 여전히 남아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한국을 포함한 16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구조적 과잉생산과 관련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은 지난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를 약속하는 대신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췄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정부는 301조 등 추가 조치가 이뤄지더라도 미국 측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관세 상한은 대미투자 합의문에 명시되지 않았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알래스카 LNG 사업은 우리 측에서도 불확실성이 크고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이 한국의 투자를 기정사실화하며 밀어붙일 경우 한국을 압박할 수 있는 통상 수단이 적지 않아 우리 정부로서도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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