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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대로] ADR보다 42% 싼 하이닉스 주가, 누구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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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10. 1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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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설진훈논설위원
설진훈 논설위원
한국 반도체 '톱2'인 SK하이닉스의 국내 본주(本株)와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간 가격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11일(현지시간) ADR 가격은 190.07달러로 마감해, 다음 거래일 국내 본주 종가 169만7000원보다 50.7%나 비싸게 거래됐다. ADR과 본주의 교환비율(10 대 1) 및 당일 환율을 적용한 수치다. 지난 7월 10일 ADR 상장 이후 가장 높은 괴리율이었다. 미국 ADR의 프리미엄, 거꾸로 말하면 국내 본주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커지고 있다. 혹자는 국내 가상화폐 시장의 저평가 현상에 빗대 이를 '역(逆)김치 프리미엄'이라 부르기도 한다. 용어가 어떻든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인 추세로 굳어진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애초 미국 현지 기관 등을 대상으로 책정한 ADR 공모가는 본주보다 2.7% 높은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국 땅을 밟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상장 첫날에만 단숨에 16%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이후 일평균 프리미엄은 7월 32.5%, 8월 35.4%, 9월 38.7%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가장 최근 거래일인 8일에도 한국 본주 종가 168만6000원보다 전날 미국 ADR 가격이 178.25달러로 42%나 비쌌다. 같은 반도체 라이벌이면서 미 증시에 먼저 상장된 대만 TSMC와 비교해도 괴리율이 분명 과도한 수준이다. TSMC ADR의 최근 3년간 프리미엄은 평균 17.3%, 최근 1년간은 20.9%로 하이닉스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과 주주들이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얼마나 홀대받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더 큰 문제는 미국 증시 상륙이라는 쾌거가 본주를 들고 있는 국내 개미와 국민연금 등 큰손들에겐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UBS는 자사 고객들에게 "상장 첫날부터 ADR을 매수하고, 한국 본주를 공매도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다소 비싸게 거래되더라도 외국인 입장에선 환율변동 리스크가 없는 ADR을 사고, 본주는 파는 식의 차익거래가 더 유리하다고 분석한 것이다. 실제 ADR 상장 첫 주에만 외국인들이 하이닉스 본주를 3조2259억원어치나 팔아 치우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외국인과 국내 기관이 쏟아낸 매물에 개미들은 총알받이 신세가 됐다. 심지어 '서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개인들도 9월 중순까지 두 달간 하이닉스 ADR을 7억1385만달러(96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해외주식으로 분류되는 ADR은 매매차익 비과세 혜택을 받는 국내 주식과 달리 연간 손익 합산 250만원 초과분에 22%의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하는데도 기꺼이 원정 투자에 나섰다. 여기에 달러 환전수수료에다 환(換) 리스크까지 떠안아야 하는데도 말이다.

이유는 어렵지 않다. ADR 가격이 본주 대비 10분의 1수준이어서 '액면분할' 효과가 있다는 건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하이닉스 ADR이 서학개미들도 선호하는 미국 반도체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인 'SOXL' 등에 편입되면, 패시브 투자금이 대거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시간이 흐를수록 ADR 프리미엄이 더 커질 것이라고 봤고,그 예상은 적중했다. 하이닉스가 훨씬 까다로운 공시의무 등을 감수하고 미국행을 택한 이유는, 265억 달러(40조원) 규모 외화자금 조달 못지않게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허울 좋은 ADR 상장이 거꾸로 국내 개미들에게 짐만 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지경이 된 게 과연 누구 책임인가. ADR 상장이 호재라며 하이닉스 목표가를 400만원까지 대거 끌어올렸던 증권사들의 근시안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1차 책임은 당사자인 하이닉스가 지는 게 당연하다. 품목이 좀 다르지만,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엔비디아는 전무후무한 시가총액 6조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 3분기에만 107조원(799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려 엔비디아(700억 달러 예상)를 제치고 '세계 이익 1위 기업'으로 우뚝 설 것이 유력시되지만,시총은 1687조원(우선주 포함)으로 1조2553억 달러에 불과하다. 하이닉스도 한때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했지만, 지금은 1228조원(9138억 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엔비디아 주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데는 아낌없는 주주환원 덕분이 컸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28일 1500억 달러(20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한도 증액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도 각각 100조원을 웃도는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지만, 엔비디아에는 못 미친다. 여기에다 하이닉스가 TSMC처럼 저평가된 본주를 ADR로 전환할 수 있는 한도를 단계적으로 늘린다면, 적어도 TSMC 수준의 괴리율로는 좁힐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도 결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고, 기업들이 끌려가다시피 내놓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계획 등은 외국인들에게 기회가 아니라 리스크로 비치는 게 사실이다. 강력한 반도체 라이벌 중국에는 찾아보기 힘든 '획일적 주 52시간 근로제'나 노란봉투법·중대재해처벌법 등 각종 규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키우는 장벽임이 분명하다.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다음으로 국민주 하이닉스의 '역김치 프리미엄'에 개미들의 원성이 폭발할 날이 머지않았다.

설진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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