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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설득하고, 오래도록 챙기고…조현상의 끈기와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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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강훈 기자

승인 : 2026. 11. 0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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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억달러 굿이어 계약 위해 직접 설득…승부근성
축구·아카펠라 즐긴 청년…음악 후원으로 이어진 관심
직원 가족·장애인 선수까지…'가치, 또 같이'에 담긴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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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승부사다. 협상이 벽에 부딪힐 때마다 상대방 협상 대표가 머무는 호텔방 문을 두드렸다. 한 번의 설득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면 다시 찾아갔다. 상대를 움직이는 것만으로 끝나는 일도 아니었다. 장기계약에 따른 위험을 우려하는 내부 경영진의 마음까지 돌려야 했다. 그렇게 1년 넘게 이어진 끈질긴 설득과 집념의 협상은 마침내 장기 공급계약 체결과 굿이어 타이어코드 공장 4곳 인수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2006년,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미국 타이어업체 굿이어와 32억달러 규모의 장기 공급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벌인 승부였다.

하지만 조 부회장을 승부사라는 한 단어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몇 번이고 문을 두드렸다면, 일상에서는 사람과의 인연을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 마음을 쏟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직원 가족들을 회사로 초청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장애 청소년들의 음악 활동을 꾸준히 후원해 온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사업 앞에서는 물러섬을 모르는 집요한 승부사지만, 사람 앞에서는 먼저 손을 내밀고 작은 인연도 소중히 여기는 경영자다. 호텔방 문을 두드리던 집념과 직원 가족을 향한 따뜻한 배려. 조 부회장의 서로 다른 두 얼굴에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경영의 출발점이라는 철학이 담겨 있다.

◇운동장과 무대에서 익힌 호흡…협상장에선 끈질긴 승부사
1971년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운동을 즐겼다. 야구와 수영, 축구를 두루 접했고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도 축구팀 선수로 활약했다. 운동장만큼이나 익숙했던 곳은 무대다. 대학 아카펠라그룹에서 노래를 부르며 해외 공연에도 나섰다. 운동과 음악은 분야가 달랐지만 다른 이들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혼자만의 역량보다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결과가 중요한 활동들이다.

사회생활은 가족기업이 아닌 바깥에서 시작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의 서울·도쿄 사무소에서 근무했고 일본 NTT커뮤니케이션의 전략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다양한 조직의 업무 방식을 경험한 뒤 효성에서 경영혁신과 전략 업무를 맡았다. 제조업 현장을 가까이하며 산업자재 사업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고, 세계적인 타이어업체들과 직접 협상하는 자리에 섰다.

그의 협상 방식은 상대를 직접 만나 이견을 좁히는 데 무게를 뒀다. 2002년 프랑스 미쉐린과 약 3억5000만달러 규모의 공급계약을 맺은 데 이어 2005년에도 추가 계약을 성사시켰다. 굿이어와의 거래도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2011년 추가 협상이 의견 차이로 3개월간 지연됐지만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은 끝에 18억달러 규모의 스틸코드 계약과 공장 2곳 인수를 이끌었다. 계약 규모도 크지만 눈길을 끄는 것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대화를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직원 가족부터 장애인 선수까지…오래 이어온 인연
회사 안에서는 직원들과 가까워지는 자리를 꾸준히 마련했다. 조 부회장은 효성 산업자재PG장 시절부터 10년 넘게 임직원 가족을 초청하는 '패밀리데이'를 열어왔다. 지난해 HS효성 창립 1주년에도 직원 자녀들과 어울려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업무를 함께하는 직원뿐 아니라 그 곁의 가족까지 회사로 초대하는 자리다.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2024년 HS효성 출범을 앞두고는 조금 색다른 첫 행사를 마련했다. 격식 있는 창립식 대신 국내외 임직원 약 1000명이 참여하는 타운홀미팅을 택했다. 청바지와 후드집업 차림으로 나선 조 부회장은 회사의 방향을 설명한 뒤 인사제도와 조직문화에 관한 질문을 직접 받았다.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자리에서 경영진의 말만 전달하기보다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 시간을 할애한 것이다. 패밀리데이가 회사 밖 가족과의 거리까지 좁히는 행사라면, 타운홀미팅은 조직 안의 거리감을 덜어내려는 시도였다.

음악을 좋아하던 청년의 관심은 세월이 흘러 후원 활동으로 모습을 바꿨다. 조 부회장은 2010년부터 장애아동·청소년 오케스트라 '온누리사랑챔버'를 후원하며 장학금과 악기 구입비 등을 보탰다. 오랜 인연을 맺은 첼리스트 요요마에게 음악 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해 아이들이 전문 음악가에게 배울 기회도 마련했다. 한때 직접 무대에 올랐던 그가 이제는 다른 이들이 음악을 통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있다.

예술에 대한 관심은 옛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로도 향했다.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 후원 모임 '젊은 친구들' 창립에 참여해 위원장을 지냈다. 이 모임은 2014년 고려시대 나전경함, 2023년 조선 전기 나전함 등을 해외에서 확보해 국내에 기증했다. 지난 10월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작품 구입·기증에 개인 자금까지 보탰다. 오래된 유산을 되찾는 일과 오늘의 예술을 더 많은 이에게 소개하는 일 모두 그의 관심사에 들어 있다.

올해는 회사가 축적한 기술로 한 선수의 도전을 도왔다. 지난 3월 장애인 사이클 국가대표 박찬종 선수에게 맞춤형 탄소섬유 의족을 전달한 것이다. 2022년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은 박 선수는 3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HS효성첨단소재는 의료·연구기관과 손잡고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은 의족을 개발했다. 조 부회장은 6월 열린 박 선수의 북콘서트에도 함께했다. 기술의 가치를 산업적 성과에만 두지 않고 사람의 가능성을 넓히는 데서도 찾는 그의 생각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직급보다 능력, 성과보다 가치…경영에도 스며든 철학
주변을 살피는 태도는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조 부회장은 2024년 HS효성을 독립 출범시키며 '가치, 또 같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기업이 만들어낸 성과를 주주와 고객뿐 아니라 임직원, 협력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자는 뜻이다. 조직을 이끄는 자리에서도 누가 소유했느냐보다 누가 역할을 잘할 수 있느냐에 무게를 둔다.

HS효성이 지난해 12월 김규영 회장을 선임한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4월 공식 취임한 김 회장은 1972년 동양나이론에 입사해 생산 현장과 기술개발을 두루 거친 전문경영인이다. 조 부회장은 그룹 오너인 자신보다 높은 회장 직급을 그에게 맡겼다. 능력과 성과가 있다면 오너보다 높은 자리에도 오를 수 있어야 한다는 평소 지론을 인사에 반영한 것이다.

활동 무대가 국경을 넘어서도 직접 만나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부친 조석래 명예회장이 민간경제외교에 힘썼던 것처럼 조 부회장도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의장을 맡아 각국 기업인의 의견을 모았다. 올해 4월 독일 산업용 소재 전시회에서 고객사와 협력사 관계자들을 만났고, 벨기에 유미코아와의 실리콘 음극재 사업을 위해서도 코로나19 이전부터 여러 차례 현지를 찾았다.

해외 기업과의 협상에서 끝까지 상대를 설득하는 끈기와 직원 가족부터 장애인 선수까지 두루 살피는 배려는 언뜻 서로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조 부회장의 지난 행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한 번 맺은 인연을 쉽게 놓지 않고, 상대와 함께할 길을 찾으려 한다는 점이다. HS효성이 내세운 '가치, 또 같이'라는 말도 그런 태도와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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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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