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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소아응급실 압수수색 후폭풍…의료현장 보호 기준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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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현 기자

승인 : 2026. 11. 0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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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응급실에서 수사권은 어디까지 행사될 수 있을까요.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압수수색을 둘러싼 논란이 장기화하면서 수사 필요성과 진료 현장 보호 사이의 균형을 찾는 일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가뜩이나 인력난에 시달리는 소아·응급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키지 않으면서도 환자와 보호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해법이 요구됩니다.

이번 논란은 지난 9월 경찰이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압수수색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앞서 발생한 영아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유족이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의료진을 고소한 데 따른 조치입니다. 의료계는 응급진료 공간에서 강제수사가 진행돼 의료진과 환자의 불안이 커지고 진료에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경찰은 병원 측과 사전 협의를 거쳐 최소한의 범위에서 영장을 집행했으며, 진료 방해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의료계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말부터 경찰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며 경찰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는 10일에는 국회 토론회를, 12일에는 궐기대회를 열고 대응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정부도 사태 수습에 나섰습니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은 지난 3일 기관장 회의를 열고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 수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응급실 출입 전 의료기관 관리자와 협의하고, 압수수색이 불가피할 경우 비진료공간에서 우선 영장을 집행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의료기록 확보 과정에서도 행정·전산 담당자와 먼저 협의해 진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 같은 조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등 필수의료 현장에 대한 강제수사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진료기록의 임의제출 등 대체 수단을 우선 검토하고, 수사 가이드라인 마련 과정에 의료계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환자와 유족의 입장에서는 의료사고의 진상을 규명할 권리 역시 중요합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응급실이라는 이유만으로 적법한 압수수색을 원칙적으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의료사고는 환자 측이 관련 증거를 직접 확보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는 만큼, 강제수사 제한이 피해자의 권리 행사까지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이번 논란이 더욱 무겁게 다가오는 것은 소아·응급의료가 처한 현실 때문입니다. 소아·응급의료 분야는 높은 업무 강도와 의료사고에 따른 법적 부담 등으로 전공의 지원 기피와 전문인력 부족 문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젊은 의사들의 필수의료 진입을 더욱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실제 이번 사건 이후 해당 센터 전문의 9명 가운데 7명이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의료진이 현장에서 느끼는 부담과 불안은 여전히 큽니다. 이를 해소하지 못한 채 인력 확충과 지원 확대에 집중해서는 필수의료의 명맥을 이어가기 어렵습니다. 의료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제도적 보호가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새로운 의료진을 유입시키는 것만큼이나 현재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이 떠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을 밝히는 일과 응급환자의 진료를 보호하는 일은 서로 배치되는 가치가 아닙니다. 따라서 두 가치를 함께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수사 가이드라인 마련이 요구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관계 당국 간 논의를 넘어 실제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진과 환자·보호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합니다. 이번 논란이 소모적 대립을 넘어 필수의료 현장의 안정성과 환자 권리를 함께 지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배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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