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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가습기살균제 사건 ‘국가배상책임’ 첫 인정…“유해성심사·공표 과정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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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혁 기자

승인 : 2024. 02. 0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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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역학조사 미실시 등은 1심과 같이 불인정"
"다만 공표 과정 위법…유통돼 끔찍한 일 발생"
변호인 "피해자 10년 고통"…환경부 "상고 여부 검토"
법원, 가습기살균제 국가 손해배상 책임 인정<YONHAP NO-2492>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 2심 선고가 열린 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이정일(왼쪽), 송기호 변호사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해 성분을 원료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가 제조·판매된 사건에서 법원이 처음으로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고법 민사합의9부(성지용·백숙종·유동균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김모씨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피해자 중 김씨와 강씨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에 따라 동일한 사유로 구제급여를 받은 적 있어 위자료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나머지 유씨 등 3명은 구제급여조정금을 받지 않았지만, 이미 지금 받은 지원금 액수 등을 고려해 300~500만원 위자료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역학조사 미실시,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의약외품 미지정 등과 관련한 담당 공무원의 위법행위가 있다는 주장은 1심과 같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문제가 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나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등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심사 및 공표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의 재량권 행사가 위법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충분치 않게 유해성 심사를 했음에도 결과를 성급히 반영해,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고시한 다음 이를 10년 가까이 방치했다. 또 다량 첨가된 경우나 해당 물질 자체의 독성 등 유해성에 대해 충분히 심사·평가되거나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로 인해 해당 화학물질이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은 채 유통됐고, 사용돼서 이와 같은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측 소송대리를 맡은 송기호 변호사는 "사법부가 최초로 가습기 참사가 국가에 의해 일어났고, 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인정했다"며 "국가가 단순히 시혜적으로 돕거나 보상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법적 의무자로서 피해자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1심부터 10년이 걸렸다. 국가는 너무 오래 기다린 피해자의 고통을 생각해 상고하지 말고 수용해야한다"며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배상법 제정에도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환경부는 "판결문을 검토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임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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