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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기자

승인 : 2025. 01. 13. 16:48

공수처 공수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향한 국민들의 인내심이 임계점을 넘었다. 출범 이후 햇수로 5년이 흘렀지만, 직접 기소한 사건은 다섯 건으로 한 손가락에 꼽는 수준이다. 조직에 대한 여론 반전을 노리며 호기롭게 뛰어든 12·3 비상계엄 관련 수사 역시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논란을 자초해 스스로 무능함에 잠식당하고 말았다.

공수처는 채해병 수사 외압 의혹 등 굵직한 사건에 대한 수사를 여전히 결론 내리지 못하고 있음에도 공명심(功名心)만 앞서 검찰·경찰로부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권을 강제로 가져왔다. 비상계엄 사건 수사 '후발 주자'였던 공수처는 대통령에 대한 직접 기소권이 없지만, '수사권 정리'라는 명목으로 법령을 무기 삼는 등 우려의 시선에도 야욕을 서슴없이 드러냈다.

공수처는 출범 이후부터 쭉 '수사력 부재' 논란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계속된 비판에 스스로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했으나 성적표는 초라했다. 공수처는 2023년 약 2400건의 사건을 접수했지만, 기소 건수는 '0건'이었다. 지난해 12월 손준성 검사의 '고발사주' 의혹마저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히며 공수처 수사력을 향한 의구심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혈세 먹는 하마' 지적도 이어졌다. 출범 이후 매년 200억원 상당의 예산을 편성 받은 공수처는 지난해까지 약 8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편성 받았다. 예산 대비 초라한 실적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이 비용으로 마약수사청을 만드는 것이 맞지 않나"라는 목소리마저 나왔지만, 오히려 올해는 지난해 대비 20%가 넘게 증가한 약 252억원을 받았다. 부실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예산은 늘어났던 셈이다.

돌이켜보면 공수처를 둘러싼 논란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공수처는 민주당의 독단으로 빚어진, 태생부터 순탄치 않은 조직이었다. 민주당은 2019년 당시 자유한국당의 우려에도 몸싸움까지 강행하며 막가파식 폭주로 공수처 설치를 강행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 개혁을 내세우며 오로지 속도전에 집중한 '졸속 도입'은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 헤매는 최악의 수사 기관을 만들었다.

공수처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이들의 '어머니' 격인 민주당마저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공수처에서 진행 중인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별개로 내란 특검법을 강행하며 공수처의 수사를 신뢰하지 않음을 사실상 시인하고 있다. 공수처가 아직 수사 의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특검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공수처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뒤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마치 공수처 폐지 명분이 필요했던 것처럼, 기다렸다는 듯이 압박에 들어가는 모습은 '토사구팽(兎死狗烹)'을 연상케 한다. 이제 더 이상 아무도 공수처를 지지하지 않는다. 공수처는 지금이라도 스스로 무능함을 인정하고, 비상계엄 관련 수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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