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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불가항력에 지친 기업들에 보내는 응원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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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승인 : 2025. 03. 1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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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가 연거푸 두 번 닥친 것 같아요."

최근 사석에서 만난 유통업체 관계자의 푸념이다. 홈플러스 관련 얘기를 나누던 차였다. 점포 수 기준 업계 2위인 홈플러스는 최근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약 2만명의 직원들 미래도 알 수 없게 됐다. 홈플러스의 채권을 구입한 개인 투자자들 역시 대규모 손실 위기에 처했다. 모든 시선이 홈플러스에 쏠리고 있다. 가뜩이나 내수 부진에 유통업계가 위기에 몰린 만큼, 홈플러스 발(發) 폭탄의 파장이 두렵다는 게 이 관계자의 걱정이었다.

설상가상이 이런 걸까. 홈플러스 발 폭탄에 배우 김수현 논란이 더해졌다. 불난 데 기름을 부은 격이다. 창립 28주년 광고모델로 김 씨를 내세운 홈플러스 뿐 아니라 그를 앞세운 광고로 부진 탈출을 꾀하던 많은 기업들이 시쳇말로 '죽을 맛'이다. 김씨가 광고모델 계약을 맺은 곳은 홈플러스를 비롯해 뚜레쥬르·아이더·샤브올데이·쿠쿠·신한은행·프라다·조 말론 런던 등 10여개사가 넘는다. 이 업체들 모두 내수부진이란 위기 극복을 위해 김 씨를 '비장의 카드'로 꺼냈는데, 힘을 쓰지도 못하고 버려야 할 처지다. 위기를 헤쳐나가야할 때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짐까지 떠맡게 된 형국이다.

현재 CJ푸드빌은 이달 종료되는 김수현과의 뚜레쥬르 모델 계약을 추가로 연장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뷰티 브랜드 비욘드의 모델로 활동한 김수현의 광고 영상을 공식 유튜브채널에서 비공개 전환했다. K2코리아 역시 공식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에서 김수현의 사진을 모두 내렸다. 샤브올데이는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김수현 사진을 모두 삭제한 상태다.

연이어 터지는 폭탄에 지금 유통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처했다. 미리 예측하기 힘든 악재이기에 충격은 더 크다. 흔히 기업 경영에 있어 '예측 가능한 리스크는 리스크가 아니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예측 가능하지 않은 일이야말로 진정한 리스크라는 얘기가 성립한다. 기업이 돌발변수에 그만큼 취약하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김수현 논란은 돌발변수다. 간판으로 앞세운 홍보모델은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기도 하지만, 치명적인 리스크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가항력이다. 몇 년 전의 일이 나비효과가 되서 지금 이슈가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서인지 최악의 상황에 처한 유통기업들을 응원하고 싶다. 기업하기 참 힘든 대한민국에서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사는 그들이다. 해외 경쟁사들과의 피 튀기는 전쟁을 벌이는데 정부와 정치권은 규제 만들기에만 열을 올린다. 대형마트들은 월 2회 의무휴업을 해야 하고, 출점·배송·유통 등을 제한하는 규제도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난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모처럼 뚫은 대형마트 거래기회가 한순간에 '법정관리'로 물거품이 되기도 하고, 판관비를 아끼고 아껴 유명 광고모델을 기용했는데 한순간에 '기업 이미지'를 추락시킬 악재가 되고 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불가항력의 위기 속에서 오늘도 묵묵히 일하는 유통기업들이다. 대한민국 유통기업 화이팅!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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