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부담 덜고 비상장사에 리스크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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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번 구조조정의 효과가 어느 쪽에도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신세계인터에서는 수익성이 낮은 대형 사업부가 제거되지만 이를 넘겨받는 신세계까사는 연간 순이익이 30억원대에 불과한 비상장사다. 결국 부실 사업부를 비상장 계열사에 넘겼을 뿐 어느 쪽에서도 정상화가 담보되기 어렵다는 회의적 시각이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인터의 패션·라이프스타일 부문 매출은 2023년 9746억원에서 2024년 8937억원으로 8.3%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36억원에서 153억원으로 54.5% 급감했고 영업이익률은 3.44%에서 1.71%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반면 화장품 부문은 4.0%에서 2.7%로 수익성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패션·라이프스타일 부문 대비 높은 이익률을 유지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자주는 신세계인터 전체 매출의 17.96%, 자산의 7.99%를 차지하는 핵심 브랜드이지만 원가 부담과 재고 누적으로 구조적 비효율이 계속 지적돼 왔다. 외형은 크지만 이익 기여도가 낮아 신세계인터의 영업이익률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분류돼 온 것이다.
자주를 넘겨받는 신세계까사는 (주)신세계의 비상장 리빙·가구 전문 계열사로, 2024년 매출 2695억원, 순이익 36억원을 기록한 소규모 흑자 기업이다. 가구·인테리어·홈퍼니싱 제품 등 리빙 밸류체인 전방을 맡아왔고 자주는 생활용품·소형가전 등 후방 소비 영역을 담당해 왔다. 통합 시 상품기획·물류·판매 채널의 일원화로 운영 효율이 생길 수 있다.
신세계인터 관계자는 "각 사가 경쟁력 있는 사업을 맡는 방향으로 역할을 재구성한 것"이라며 "신세계까사는 홈퍼니싱 중심의 리빙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신세계인터는 패션·화장품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비상장사인 신세계까사의 재무정보가 외부에 제한적으로만 공개된다는 점이다. 자주가 향후 실적 개선을 이룬다 해도 그 성과가 시장 평가로 연결되지 않는 만큼 비상장사로 리스크를 옮겨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세계인터 사업보고서에는 이미 신세계까사가 특수관계자로 기재돼 있다. 2025년 3월 기준 기타 미지급금 1903만원이 기재돼 있어 두 회사가 공급망 차원에서 거래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이관으로 이러한 내부 거래 구조는 더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기에 정 회장이 신세계인터 지분 15.14%, (주)신세계 지분 29.16%를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점은 시장의 해석에 힘을 싣는다. 신세계까사 지분은 가지고 있지 않다. 즉 상장사에서 저수익 사업부가 제거될 경우 신세계인터의 손익 개선은 정 회장의 지분가치 상승으로 직접 연결되는 구조다. 명분은 사업재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상장사 수익성 개선을 위한 '부담 이관'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이 상장사 외형 축소와 비상장사 가치 부각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그룹 전체 시너지는 가능하더라도 상장사 주주 입장에서는 "주요 사업부가 공시 체계 밖으로 이동했다"는 문제 제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사는 외형이 줄더라도 이익률이 높아지면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이번 건은 매출 감소와 이익률 개선 효과가 모두 불확실한 상태"라며 "결국 상장사 입장에서는 자산 이동이 이익 이전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는 "화장품 중심의 고수익 사업 확장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명분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저수익 대형 사업부를 비상장사로 이동시키는 구조조정"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오는 이유다.
자주는 외형이 크지만 이익이 적고, 신세계까사는 소규모 흑자를 유지하지만 고성장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 이관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신세계인터 관계자는 "핵심사업 집중 및 신규 사업 기회 창출 기반 확보를 위해 자주사업부를 이관했다"며 "사업 재편을 통해 핵심 사업 투자 여력과 신사업 재원을 확보해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