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로 빚어낸 부조회화의 세계..."전통미술 가치 알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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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러시아 수교 35주년을 맞아 오는 20일 서울 성북구 삼청각에서 열리는 이번 초대전에서 엄 작가는 전통 소재인 한지를 현대적 시각언어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공개한다. 작가 특유의 부조 기법으로 완성된 작품들은 빛의 각도에 따라 다른 표정을 드러내며 관람객과 소통한다.
엄 작가의 대표 모티프인 달항아리는 유년 시절의 강렬한 기억에서 출발했다. "장독대 항아리에 고인 물 위로 달빛이 비치고, 그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며 자랐어요. 그 장면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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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 대신 핀셋을 쥐고 작업합니다. 한지의 결을 살리면서 입체감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마치 수행 같아요. 밤을 새워가며 완성한 작품 하나하나가 제 삶의 흔적입니다."
작품 속 물고기들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도 자유롭게 유영한다. 엄 작가는 이를 "내면세계를 떠도는 인간의 감정"에 비유한다. 달항아리는 감정을 담는 그릇이고, 물고기는 그 안에서 흐르는 생각과 마음의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항아리라는 제한된 세계 안에서도 물고기들은 제 갈 길을 갑니다. 우리 삶도 그렇지 않나요. 주어진 조건 속에서도 자유를 찾아가는 게 인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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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작가는 2019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한국 화단에서 그 역량을 인정받았다. 전통 한지를 활용하되 평면 회화의 한계를 넘어선 입체적 표현은 심사위원들로부터 "부조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을 받고 나니 오히려 어깨가 무겁더군요. 하지만 그만큼 제가 걸어온 길에 대한 확신도 생겼습니다. 한지로 만들어낼 수 있는 조형의 세계가 무궁무진하다는 걸 더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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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러 수교 기념 전시 초대에 대해 엄 작가는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한국 전통미술의 가치를 알리는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좋은 작품은 어디서든 스스로 빛을 발합니다. 화려한 전시장이나 조명보다 중요한 건 작품이 담고 있는 진심이에요."
두바이, 일본, 미국, 영국 등 해외 전시 일정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한지라는 한국 고유의 재료로 세계 미술계와 소통하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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