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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수 LG이노텍 대표, 전장 신사업 본격화… 체질전환 합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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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기자

승인 : 2025. 11. 17. 15:07

미래 육성사업 매출 8조원 이상, 매출 비중 25% 이상 목표
美 아에바 지분 6% 인수, 보스턴다이내믹스 협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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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의 신사업 다각화 전략이 결실을 맺고 있다. 2023년 말 CEO로 취임한 문 대표는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의존도를 낮추고 전장·반도체 기판·센싱 솔루션으로 사업을 재편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취임 2년도 채 안돼 문 대표의 구상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신규 사업 양산 성공, 가파른 수주 증가로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메르세데스-벤츠와의 회동은 문 대표 체제의 전장 전략이 본격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회장을 맞아 조주완 LG전자 CEO, 정철동 LG디스플레이 CEO,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 등과 함께 '원 LG(One LG)' 솔루션을 선보인 자리에서 양사는 차량용 카메라 모듈, 라이다, 레이더 등 자율주행 센싱 분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회동은 문 대표가 추진해온 사업 다각화 전략의 성과를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벤츠는 이번 방한 기간 삼성·LG·효성 등 국내 주요 기업들과 연쇄 회동을 가지며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시대를 대비한 전략적 협력 기반을 다졌다. 업계관계자는 "양사의 협력이 구체화된다면 LG이노텍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표의 전장 드라이브는 수치로도 입증되고 있다. LG이노텍의 올해 3분기 전장 수주잔고는 17조8000억원으로 집계돼 5년 연속 증가했다. 올해 3분기 전장부품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한 4506억원을 기록했으나 고부가 제품인 차량 조명 모듈의 매출 성장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LG이노텍은 2030년까지 차량 센싱·통신·조명 등 AD·ADAS(자율주행,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부품을 포함한 미래 육성사업에서 매출 8조원 이상, 매출 비중 25%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반도체 기판 사업에서 문 대표는 더욱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는 CEO 취임 직후부터 FC-BGA를 '조 단위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경북 구미 4공장(드림 팩토리)에서 북미 빅테크 기업향 FC-BGA 양산을 시작하며 2022년 2월 시장 진출 공식화 이후 약 2년 만에 글로벌 빅테크 고객 확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구미 4공장은 문 대표의 주도로 AI 자동화 공정을 갖춘 스마트 팩토리로 설계됐다. 100% 물류 자동화 시스템과 AI 딥러닝 비전 검사 시스템을 도입해 리드타임을 최대 90% 단축했다. 앞서 문 대표는 지난 1월 CES 2025에서 "스마트팩토리는 초기 투자비는 많이 들지만 수율을 높이고 기술·가격경쟁력을 동시에 갖출 수 있는 차별화 요소"라고 설명한 바 있다.

센싱 솔루션 분야에서는 문 대표의 전략적 제휴 능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미국 라이다 기업 아에바(Aeva)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최대 5000만 달러(약 685억원) 규모를 투자해 아에바 지분 약 6%를 인수했다. 양사는 2027년 말까지 자율주행 승용차뿐 아니라 로봇·로보택시 등 모빌리티 및 산업용 분야로 확대 적용 가능한 FMCW(주파수 변조 연속파) 기반 4D 라이다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문 대표는 당시 "장기적 기술 파트너십을 통해 LG이노텍과 아에바가 차세대 라이다 시장을 선도하는 키 플레이어로서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이 이번 파트너십의 궁극적 목표"라고 밝혔다.

국내 4D 이미징 레이더 기업 스마트레이더시스템에 대한 투자도 단행했다. 올해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휴머노이드 로봇용 비전 센싱 시스템 공동 개발을 추진하며 로봇 센싱 분야 협력도 확대했다. LG이노텍에 따르면 전 세계 라이다 시장은 지난해 약 24억 4600만 달러에서 2030년 약 154억 달러로 연평균 36%씩 성장할 전망이다. 문 대표는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에 선제적으로 발을 들여놓은 셈이다.

글로벌 생산거점 재편은 문 대표의 주요 과제다. 그는 베트남 생산라인 확대, 국내 '마더 팩토리'의 고부가 제품 중심 운영, 북미 대응을 위한 멕시코 생산기지 확장 등 글로벌 거점별 역할을 재정비하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 1월 CES 2025에서 "멕시코 생산 시설에서 계속 경쟁력을 만드는 게 지금 해야 할 일"이라며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도 멕시코 생산기지를 전장부품의 주요 생산지로 키워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LG이노텍은 생산 효율성과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AI 트랜스포메이션(AX) 도입 확대, 핵심 부품 내재화 등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빠르게 높여 나가고 있다.

실적 개선은 가시화 되고 있다. LG이노텍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 3694억원, 영업이익 203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56.2% 증가했다. LG이노텍 측은 " 계절적 성수기 진입으로 고부가 카메라 모듈 및 RF-SiP 등 통신용 반도체 기판의 공급이 증가했고 우호적 환율과 함께 광학·전장 등 사업부별 수익성 제고 활동 성과가 가시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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