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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한 곡 해봐”…사회복지사 10명 중 3명 강제 장기자랑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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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승인 : 2025. 11. 17. 18:27

장기자랑 경험자 절반 이상 신입사원
상위 관리자 '강요'가 주된 이유
"복지시설의 사유화 감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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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오른 문인 광주 북구청장. /연합뉴스
"신입들 무대 올라가서 노래 한 곡씩 해"

서울 소재 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는 A씨가 지난해 말 기관장으로부터 받은 지시다. A씨는 기관장과 팀장에게 '장기자랑 강제 참여' 같은 문화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예전부터 내려오던 관습을 네가 왜 바꾸려 하냐"는 답변만 돌아왔다. A씨는 결국 연말 잔치 때 구청장과 구민 500여 명 앞에서 '장기자랑'을 했다.

인천 소재 요양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인천시와 인천노인복지시설협회가 주관한 행사에서 인천 소재 모 요양원장이 직원들의 의견 수렴 없이 장기자랑 행사에 참여할 것을 결정했다. 요양원장은 직원 7명에게 장기자랑 행사 참여를 통보하고 "우리 시설이 대상을 받아야 한다"며 압박했다. 행사에 참여했던 B씨는 "매일 춤 연습을 강요받았고 기관장이 연습에 참관해 '웃어라' 등의 표정 관리도 요구했다"고 밝혔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장기자랑 강요'와 같은 악습이 이어지고 있다. 기관장이 권력을 악용해 업무 외 사적인 일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직장갑질 119가 지난 2월 18일부터 3월 19일까지 사회복지종사자 41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회복지종사자 28.1%가 "회사에서 장기자랑이나 공연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3명이 강제 장기자랑 경험이 있는 것이다. 이 중 절반 이상(54.1%)은 '신입사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장기자랑 강요'는 상위 관리자의 '갑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기관장의 지시에 문제제기를 할 경우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등록돼 다른 복지관으로 이직 등 불이익을 주는 사례도 발견됐다. 직장갑질 119가 지난해 12월 2일부터 11일까지 여론조사 전문 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65.9%가 '신입사원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때론 위압적일 필요도 있다' 항목에 '그렇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의 상위 관리자가 '태움(상급자가 하급자를 괴롭히는 것)'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6일 문인 광주 북구청장이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부하직원 8명을 백댄서로 세운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박유빈 직장갑질 119 사회복지부장 직무대행은 "권력을 이용한 장기자랑 강요는 복지시설의 사유화"라며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복지시설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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