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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12시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위치한 스위스 프리미엄 러닝화 브랜드 '온러닝'의 첫 단독 매장. 매장 입구에서 만난 한 안내원은 접수가 마감됐다는 안내판을 가리키며 방문객들을 돌려보냈다.
온러닝은 '구름 위를 달리는 듯한 착화감'으로 전 세계 러너들 사이에서 유명한 러닝화 전문 브랜드다. 특히 온러닝 운동화는 많은 러닝 애호가들 사이에서 꼭 있어야 하는 '잇템'으로 손꼽힌다.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이 온러닝 제품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일본, 유럽 등 해외에서 '직구'를 하거나 구매 대행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나 이달 7일 더현대 서울 단독 매장 오픈을 기점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온러닝을 직접 경험하고 구매할 수 있게 돼 '오픈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주요 백화점들 역시 확대되는 러닝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더현대 서울의 온러닝 매장 앞의 대기 줄에서 만난 인원들의 연령은 다양했다. 통상 러닝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2030 세대뿐만 아니라 어린 자녀와 함께 매장을 방문한 중장년 세대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고객들은 러닝을 위한 운동화뿐만 아니라 러닝 의류 등 폭넓은 제품군에 관심을 보였다.
매장 입구에서 만난 50대 한종서 씨는 "오늘 아침부터 나와 기다렸는데 이제야 매장에 입장했다"라며 "평소에 어머니가 새벽 걷기 운동을 자주 하시는데 어머니께 제품을 사 드리려고 방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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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화 대신 러닝 의류를 구매한 고객도 있었다. 특히 러닝 복장이지만 평상시에도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러닝 코어' 제품군에 관심을 보였다.
김은서(29) 씨는 "운동할 때 입을 옷을 찾고 있다"라며 "특히 러닝할 때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함께 입을 수 있는 옷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다양한 라인업과 체계적인 서비스를 이번 더현대 서울 온러닝 매장의 핵심 전략으로 내세운다.
더현대 서울의 온러닝 매장은 러닝화, 의류, 용품 등 온러닝의 모든 라인업을 선보인다. 또 매장 내에서의 제품 체험, 피팅, 시착 서비스 뿐만 아니라 참여형 콘텐츠 등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다양한 소비자들을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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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몰 온러닝 매장도 오픈과 동시에 오픈런을 이어가고 있었다. 기자가 매장 앞에서 확인한 웨이팅 기계에서 확인한 대기자 수는 354팀, 예상 대기 시간은 1425분을 가리켰다.
매장 직원은 "금일 영업시간 내 웨이팅 호출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매장 입장이 어려울 수 있다"며 일부 고객에게는 추후 재방문해 줄 것을 권유했다.
롯데월드몰의 온러닝 매장은 러닝, 트레이닝, 라이프스타일 전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라인업을 갖춘 복합 체험형 공간이다. 특히 러너뿐 아니라 테니스, 하이킹 등 다양한 액티브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고객을 대상으로 매장을 운영해 외연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한 20대 남성은 "러닝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 활동을 즐길 때도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찾기 위해 둘러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롯데백화점은 석촌호수, 올림픽공원, 한강공원으로 이어지는 잠실의 입지에 주목해 롯데월드몰을 '러닝 허브'로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러닝 애호가들이 모이는 일종의 '러닝 성지'를 만들어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매장 근처에서는 운동복을 입고 매장을 방문한 러닝 크루도 만나볼 수 있었다. 러닝 크루 회원 한정은(28) 씨는 "대학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과 러닝 크루를 하고 있다"라며 "집 인근에 매장이 오픈했다고 해서 한번 들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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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주요 유통업계가 러닝 카테고리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최근 수요 변화가 단기 트렌드를 넘어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이 있다.
시장 통계도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2024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달리기 참여율은 0.5%에서 6.8%로 1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등산(17.4%→15.0%), 헬스(12.4%→11.5%), 골프(5.3%→5.0%) 등 기존 강세 종목은 일제히 소폭 하락했다. 특정 종목의 참여율이 가파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타 종목은 정체, 둔화하는 수요 재편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소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같은 조사에서 스포츠신발류 구매 경험률은 69.4%로 전년 대비 3.9% 늘며 러닝화 중심의 운동용품 지출 증가가 확인됐다.
업계는 이러한 지표들이 러닝 관련 소비의 기반이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러닝은 진입장벽이 낮고 커뮤니티 기반 활동이 늘면서 중장기적으로 시장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본다"며 "러닝 브랜드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