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부족한 작은 학교는 선택과목 자체가 없어 ‘선택권’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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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는 이달 6일 '고교학점제 추진 현황 및 향후 과제' 2차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전면 시행 이후 학교 현장에서 제기되는 혼란과 운영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안정적 정착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가장 큰 문제는 평가 왜곡이다. 교원 3단체 공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사 73.9%가 수행평가 기본점수를 과도하게 부여했고, 57%는 난이도가 낮은 문제를 출제했으며, 45.4%는 성적 산출 기준을 조정했다고 답했다. 교육청·학교 차원에서 '미이수자를 만들지 말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성취율 기준을 맞추기 위한 평가 방식의 구조적 왜곡이 발생한 것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이수 현황에서도 왜곡 조짐은 나타난다. 올 1학기 고1 학생의 이수 기준 미달 비율은 7.7%였지만, 보장지도를 거친 뒤 0.6%로 급감했다. 미이수 학생이 90% 이상 줄어든 셈이다. 교사들 역시 미이수 방지를 위한 '행정적 처리'가 많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도 유명무실하다. 교사 응답의 79.1%가 "학생 성장에 도움이 없다"고 답했고, 절반 이상이 서류 위주의 외형적 대응을 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콘텐츠 수강 후 1회 대면 검사를 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며 학생 참여도는 낮다.
고교학점제 운영의 기반이 되어야 할 시간표·반편성 체제도 흔들리고 있다. 학기제 운영과 이동수업 확대에 따라 학생들은 매 교시 교실을 옮기며 수업을 듣는다. 담임을 만나는 시간은 조·종례로 제한돼 학급 공동체의 기능이 급격히 약화됐다. 한 교사는 "쉬는 시간마다 교실 이동에 쫓겨 친구 얼굴 보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학교 간 격차는 뚜렷하다. 학점제의 핵심은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이지만, 교원 수급이 어려운 소규모 학교는 개설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현재 고교학점제 논란의 핵심인 최성보 존폐 여부는 별개로 학생 과목선택권의 실질적 보장, 학생 휴식권 보장, 미도달 학생에 대한 지원 등의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입법·정책적 지원 방안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