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결혼·출산은 언제”…한숨 내쉬는 예비 주말부부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4.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117010008887

글자크기

닫기

세종 이정연 기자

승인 : 2025. 11. 17. 17:27

균형발전 담론 속 개인·가족은 소외돼
"분거가족 고려한 일자리 정책 고민해야"
b9fb7c3f-45a4-414a-8864-32c85892b4ad
/챗지피티
포항 모 대기업에 재직 중인 명진씨(30·가명)는 여자친구와의 결혼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이유로 '직장 거리'를 꼽았다. 강원도 원주에 직장을 잡은 여자친구에게 이직을 권유하기도, 직장을 그만두라고 하기도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제조업이 중심이 된 지역이라 내려온다고 해도 여자가 할 만한 마땅한 직업이 없다"며 "신입 직원들이 내려와서 적응하지 못 하고 일을 그만두는 대부분의 이유가 연애하기 어려운 환경과 함께 대부분 이같은 결혼 문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17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하는 연도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취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맞벌이 부부 중 주말부부(비동거 맞벌이)는 85만6000가구에 달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같이 벌면서 주말에만 같이 지내는 부부는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더불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10년 전인 2015년에는 54만3000가구였던 비동거 맞벌이 가구는 2017년(64만9000가구), 2019년(63만2000가구), 2021년(69만7000가구), 2023년(81만2000가구)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작년 전체 맞벌이 가구가 608만6000가구였던 점을 고려하면 전체 맞벌이 부부 10가구 중 1~2가구(14.07%)는 주말부부라는 얘기다.

특히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도시 이전 정책에 따라 수도권 등에서 거주했던 공공부문 청년 직원들 사이에선 연애하기도 어렵다는 토로도 나온다. 유사한 특성을 지닌 공공기관들을 한 데 모아놓다보니 동종 업계는 부담스럽고 비슷한 연령대의 직원들도 거기서 거기라, '짝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경직적인 고용·채용 문화 아래서 직장을 옮기기도 쉽지 않고, 다른 지역에서 사람을 만나도 장거리 연애가 돼 안정적인 만남이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제는 이처럼 산업 불균형적 발전과 정부 정책 등에 따라 고소득·안정성이 높은 직업군이 특정 지역에 분산될 수록 청년들 간 만남이 저조해질 뿐만 아니라 '분거가족' 형태의 가정이 보편화되며 육아·가사 부담이 한 쪽에 쏠리는 등 개인·부부·부모가 다층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에도 관련 정책 논의는 실종 상태라는 점이다.

황순찬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인 담론 속에서 개인이나 가족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가족을 배려하는 일자리 정책 등을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부서 지방 이전 등으로 부부가 떨어질 경우, 다른 배우자가 그 지역에서 유사 직종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며 "기업들도 저출생 극복 등과 관련해 국가 정책에 협력해 부부의 공동생활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방에서 몇 년 이상 아이를 육아했다면 가고 싶어하는 지역에 인센티브를 준다든지 등의 정책적 지원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정연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