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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안전자산 국제 질서...중국의 미국채 비중 축소와 ‘재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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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2. 10. 03:17

中, 은행권에 '미국채 집중 리스크 관리' 지침
달러·미국채 수익률 디커플링의 이면
미국채 외국 보유 사상 최대, 중국 감소·벨기에 급증
알파벳의 100년물 발행이 보여준 빅테크의 기록적 차입
홍콩 외환시장
한 홍콩시민이 2019년 6월 10일 중국 위안화 지폐가 장식돼 있는 홍콩 비즈니즈 지구 중심가를 걸어가고 있다./AP·연합
글로벌 금융 질서의 근간인 미국 국채 시장이 대내외적 도전 속에 전례 없는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당국이 자국 금융기관들에 미국 국채 노출 축소를 권고하며 '보유 집중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달러화와 채권 수익률이 따로 노는 시장의 분절(Fragment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줬다.

동시에 미국 내부에서는 케빈 워시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 지명자가 재무부와의 새로운 협정을 예고하며 시장의 독립성 논쟁을 촉발한 가운데, 민간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 인프라 선점을 위한 빅테크(대형 기술 기업)들의 기록적인 자금 조달 행보가 이어지며 유동성 흐름을 재편하는 모습이다.

◇ 중국의 '조용한 미국 국채 이탈', 은행권 보유 제한과 리스크 분산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중국 금융 규제 당국이 자국 금융기관들에 미국 국채 보유를 제한하도록 조언했다고 사안에 정통한 인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시장 변동성과 집중 리스크를 이유로 미국 국채 신규 매입을 제한하고, 노출이 높은 기관에는 보유 비중을 낮추도록 지시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 자료를 인용해 중국 은행들이 지난해 9월 기준 약 2980억달러의 달러 표시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가운데 미국 국채 비중은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지침은 중국의 국가 보유분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당국은 이번 조치를 지정학적 책략이나 미국 신용도에 대한 근본적 신뢰 상실과 무관한 시장 리스크 다변화라고 설명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당국이 이번 규제 지침을 은행권 보유에 한정되고 국가 보유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은 중국의 미국 국채 노출 관리가 주체별로 분화된 구조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중 정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25년 10월 30일 김해국제공항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회담장을 떠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AFP·연합
◇ 흔들리는 안전자산 공식, 달러·국채 수익률의 '디커플링'

블룸버그가 제시한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달러 인덱스(DXY)와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 간의 전통적인 상관관계가 약화하는 흐름이 관찰된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 제한 권고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채 가격은 하락했고 수익률은 소폭 상승했지만, 달러는 주요 통화 대비 소폭 약세를 보였다.

국채 수익률 고점 구간에서도 달러가 동행하지 않는 '달러와 수익률의 분절' 현상을 나타내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 위상을 시험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움직임을 시장 분절의 징후로 해석했다. 과거에는 수익률 상승이 곧바로 달러 강세로 이어졌지만, 최근에는 미국 정부의 재정 규율(fiscal discipline)에 대한 의문, 강달러 정책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온적 태도, 연준 독립성 논쟁이 겹치며 금리와 통화의 연동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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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일본 도쿄(東京)의 한 증권사 전자 시세판에 1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왼쪽)과 미국 달러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AFP·연합
◇ '보유'에서 '수탁'으로...미 국채 보유 축소 중국의 벨기에 재배치

이러한 중국의 행보는 데이터상의 '보유 경로 재배치'와 시장의 '분절' 현상으로 극명히 드러난다.

미국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의 미국 국채 보유 총액은 지난해 11월 기준 9조 400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의 공식 보유액은 2013년 정점 이후 지속 감소해 지난해 11월 6830억달러로 2008년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반면 벨기에의 보유액은 2017년 말 이후 4배 급증한 4810억달러에 달했다. 시장 분석가들은 벨기에의 증가분에 중국의 유럽 수탁 계정(custodian accounts in Europe) 물량이 포함돼 있을 개연성이 높다고 해석한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2019년 일본에 세계 최대 보유국 지위를 내줬고, 지난해에는 영국에도 추월당했다고 전했다.

워시 연준 의장 지명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차기 의장 후보자로 지명한 케빈 워시(55) 전 연준 이사가 2014년 12월 11일 영국 런던의 영란은행에서 보고서 발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EPA·연합
◇ 워시 차기 연준 지명자의 '연준-재무부' 공조 주장에 독립성 시험대 오른 국채 시장

중국의 조치가 나온 시점은 워시 연준 의장 지명자가 제기한 '연준-재무부 협정' 논쟁이 미국 국채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국면과 겹친다. 워시 지명자는 1951년 협정을 언급하며, 연준의 대규모 국채 매입이 국채 시장의 가격 신호를 왜곡하고 재정 지출 확대를 부추겼다고 주장해 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에 워시 지명자는 연준의 대차대조표 규모를 명확히 규정하고 재무부의 채권 발행 계획과 이를 정교하게 동기화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콜럼비아 스레드니들 인베스트먼트의 에드 알-후세이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재무부가 연준의 일부 국채 매입에 기대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경우 이는 달러의 매력과 국채의 안전자산 지위를 약화시킬 수 있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크로 경제 분석·컨설팅업체 SGH 매크로 어드바이저의 팀 듀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협정이 연준을 절연시키는 대신 수익률 곡선 통제(yield-curve control)를 위한 프레임워크처럼 보일 수 있다"며 연준의 독립성 훼손 가능성을 우려했다.

현재 연준의 6조달러 대차대조표에서 중장기 국채가 58%, 주택저당증권(MBS)이 32.6%를 차지하는 반면, 단기 국채 비중은 4.4%에 불과하다. 도이치뱅크의 전략가들은 워시 지명자가 이끄는 연준이 출범할 경우 단기 국채 비중을 최대 55%까지 높이는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구글 제미나이
2024년 5월 20일(현지시간) 찍은 일러스트레이션에 구글의 제미나이 로고가 보인다./로이터·연합
◇ 거시 경제 불확실성 뚫는 AI 열풍...알파벳의 '세기적' 100년물 발행

국가 간의 전략적 이탈과 정책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AI 패권을 선점하기 위한 민간 기업의 자금 조달 의지는 거시 경제적 흐름과 대조를 이룬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약 150억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등급 달러 표시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고 블룸버그가 이날 보도했다.

알파벳은 최대 7개 트랜치(만기·조건별 분할)로 채권을 발행하며, 2066년 만기물의 경우 미국 국채 대비 약 1.2%포인트 프리미엄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기술 기업으로서는 드문 100년 만기 채권 발행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메타·알파벳·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 등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s·대형 인프라 보유·운영 기업)들이 2026년 AI 인프라 확장에 6500억달러 이상을 투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민간 부문의 공격적인 자금 조달이 중국의 미국 국채 노출 관리, 연준의 정책 구조 논쟁과는 별개로 글로벌 자금 흐름을 재편하는 또 하나의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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