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위에 천막 치고 노숙
마을회관에 모여 지내기도
간이 건물 평상 위에서 자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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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이재민 김순금씨(86)는 어깨에 짐보따리를 멘 채 한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향하는 곳은 구룡마을 안쪽 공터. 잿더미 위에 세워진 파란색 천막이었다. 천막은 옆면이 뚫려 있어 바람을 막기에 턱없이 허술해 보였다. 그 곳에는 지난달 16일 발생한 화재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지붕이 내려앉은 집터, 까맣게 탄 벽, 반쯤 녹아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생활용품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김씨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지팡이 끝이 잔해를 건드리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김씨는 "여기서 몇십 년을 살았어. 다 타버렸어도 결국 올 데는 여기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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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대 지원도 함께 끊겼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마을 회관 옆 자체적으로 설치한 임시 급식소 앞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다. 한 끼에 80인분가량이 준비된다. 주민들은 말없이 줄을 서서 음식을 받아 들었다. 그릇을 든 채 흩어지는 발걸음도 제각각이었다. 누군가는 천막 앞에 쪼그려 앉아 먹었고 누군가는 회관 벽에 기대서서 식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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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는 구룡마을 주민들을 임대주택으로 이주시킬 계획이다. SH는 이들에게 보증금 전액 면제와 임대료 60% 감면을 내걸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선뜻 짐을 싸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일부 주민은 당장의 월세 부담과 재개발로 평생 살아온 터전을 완전히 떠나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을 이야기한다. 특별 분양권 부여나 부지를 원가에 매입해 직접 집을 지어 살게 해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하지만 SH는 무허가 건축물 거주자에게 분양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룡마을 일대는 현재 3739세대 규모의 주거 단지 재개발이 추진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