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진화부터 노후 인프라 관리까지
軍 무인기술, 재난·산재대응 핵심 부상
李 "산업안전 강조" 정책 뒷받침 전망속
일회성 기술 아닌 안전분야 확장이 핵심
|
이 변화의 출발점은 현대로템이다. 현대로템이 개발해 온 무인전투차량 기술이 소방 로봇으로 전환되면서 방산기술의 민수 확산, 즉 방산·민간 기술의 '스핀오프(spin-off)'가 본격화됐다. 지난 25일 정의선 회장이 "향후 100대 공급"을 약속한 것도 단발성 기증을 넘어 무인체계의 민간 적용이 구조적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K-방산은 이제 '싸우는 기술'을 넘어 '살리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왜 지금 '방산 스핀오프'인가?"
방산 무인체계의 본질은 분명하다. 사람을 위험에서 분리하는 기술이다. 전장에서 병력의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전해 온 무인체계는, 고위험이 일상화된 재난·산업 현장과 구조적으로 맞닿아 있다.
기술적 여건은 이미 성숙 단계에 들어섰다. 전동화 플랫폼, 원격조종, 센서 융합, 자율주행 기술은 군 전용을 넘어 민간 현장에서도 즉시 적용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이제 관건은 '개발'이 아니라 '전환'이다.
시장 환경도 달라졌다. 대형 화재와 붕괴 사고, 노후 인프라 관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재난·안전 분야의 무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위험을 감내하는 인력 중심 구조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평가다.
정책 여건도 방산 스핀오프를 밀어 올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산업재해와 작업장 안전 문제는 단순한 노동 이슈를 넘어 국가 경제·안전 전략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 6월 취임 이후 반복되는 산업 사고를 '국가적 위기'로 규정하며 산업 안전 강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현대로템 이후 누가 '다음 무인 플랫폼' 주자인가?
전문가들은 현대로템의 사례를 시작에 불과하다고 본다. 전동화·자율주행·원격제어 기술을 축적한 국내 방산·중공업·모빌리티 기업들이 잇따라 무인 플랫폼 시장 진입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군용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민간 표준으로 전환하느냐다. 소방·재난을 출발점으로 원전, 항만, 플랜트, 대형 인프라 관리까지 무인 플랫폼의 적용 범위는 급속히 넓어지고 있다. 방산 기술을 단일 무기체계가 아닌 플랫폼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업만이 다음 주자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군→민' 모델 구축하고 있다. 군용 무인차량과 로봇 기술을 재난 대응, 에너지, 광산, 인프라 관리로 이전하는 이중용도(dual-use) 모델이 정착되고 있다. 정부 조달이 초기 시장을 만들고, 민간이 이를 상업화하는 방식이 일반화된 것이다.
한국 역시 방산 기술을 수출 중심 산업에만 묶어둘 것이 아니라, 공공 안전과 산업 현장을 포괄하는 내수 기반 플랫폼 산업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장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검증된 무인체계 기술이 이제는 재난과 산업 안전 현장의 '필요 장비'로 자리 잡고 있다.
방산 기술의 민수 이전은 일회성 활용이 아니다. 군수 중심 산업 구조가 안전·인프라 산업으로 확장되는 전환의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