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목적 객관성 부족…자의성 논란
해외선 판결 이후 '형벌' 혹은 공개수배 목적
예외 허용에도 통일성, 수단의 최소화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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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10년부터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과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사기관별로 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를 열고 기소 전 피의자의 얼굴·성명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개 요건은 범죄의 잔혹성, 충분한 증거, 국민의 알권리와 범죄 예방과 같은 공익성 등이다. 이 같은 법률에 근거해 '형사사건 공개금지 원칙'에 대한 예외적 조치를 제도화한 구조다.
반면 해외에서는 한국과 같은 수사 단계에서의 피의자 신상 공개를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주로 유죄 판결 이후 '형벌'의 일환으로 공개하거나 공개 수배 등 수사에 시급한 목적이 있을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주에 따라 머그샷(범죄자의 신원 식별을 위한 얼굴 사진)이나 체포기록의 공개 방침이 상이하다. 워싱턴,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는 해당 자료들이 공공기록으로 분류되는 관행에 따라 대외 공개되기도 한다. 이는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를 제한하는 명문의 법률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연방 차원에서는 머그샷 공개를 '법집행 목적'으로 제한하는 정책을 두고 있어 일률적 공개가 원칙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공개는 논란의 여지없는 사실관계에 대한 정보만을 대상으로 하며 주관적 의견을 포함할 수 없게 돼 있다.
영국과 독일에서도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를 제한하는 법률은 명시돼 있지 않다. 다만 영국은 경찰대학 내부 실무 지침을 통해 피의자의 성명이나 신원이 특정될 수 있는 다른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생명에 대한 위협이나 범죄의 예방·발견 또는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예외적인 경우에도 적법한 경찰 목적이 있지 않으면 허용되지 않는다. 독일 경찰 역시 내부 지침을 통해 수사 목적 외의 이유로 피의자가 노출될 수 있는 경우를 피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들 국가 모두 '수사 용이성'이라는 통일된 기준 아래 예외적으로 신상 공개를 시행하며, 대상이 '피의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 '공개수사'(公開搜査) 지침을 통해 피의자 발견·검거,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성명이나 사진 등을 공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가장 유사하다. 또한 언론의 실명보도 역시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는 범죄에 대한 일본 사회의 '엄벌주의'가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일본은 한국처럼 별도의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제도를 두고 있지 않고 경찰청 차원에서 중대성·도주 우려·수사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복잡한 기준을 두고 마스크와 모자까지 제공하며 얼굴을 가리는 사례는 해외에서 찾기 어렵다"며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필요한 경우 언론이 모자이크 처리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일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