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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한국거래소 70주년 축제에 ‘술병 두지 말라’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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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영 기자

승인 : 2026. 03. 02. 18:13

윤서영
3일 한국거래소가 출범 70주년을 맞습니다. 최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덕분에 '축제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인데요. 하지만 이날 열리는 기념 행사장에 "술병을 두지마라"는 정은보 이사장의 특별 요청(?)이 있었다고 합니다. 코스피가 6000을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투자자들의 관심과 정부의 정책, 기업의 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입니다. 거래소는 시장 관리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을 뿐, 6천피가 거래소의 성과인 것처럼 하는 것은 적절치않다는 얘깁니다. 실제 거래소 직원들은 5천피 돌파 당시에 기념 떡만 나눠갖고, 6천피 돌파를 기념한 선물은 없었다고 합니다. 아직 코스피 랠리가 끝나지 않은 만큼, 더 낮은 자세로 시장 관리에 집중하자는 입장입니다.

거래소가 축제 분위기를 즐기지 못하는 데에는 사실 과거 방만경영을 이유로 혹독한 시간을 보냈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거래소는 2009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표면적으론 방만경영이 이유였지만, 결정적으론 당시 정부가 내정한 이사장 후보를 반대하면서 괘씸죄로 공공기관에 지정이 된 겁니다. 문제는 정부가 보유한 거래소 지분은 0%였다는 점입니다. 1988년도까지는 정부가 거래소 지분을 약 90%넘게 보유하고 있었지만, 88올림픽 이후 당시 시가를 받고 증권사들에 전량 매각했습니다. 국내 공공기관 중 정부 지분 하나없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유일한 사례였다고 하죠. 2015년 공공기관 지정은 해제됐지만, 여전히 정부로부터 예산과 경영을 통제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인건비가 있죠. 공공기관 해제 이후 거래소는 복지 혜택 중 자녀 학자금 지원을 모두 없앴습니다. 10여년간 동결 수준인 인건비에 더해 복지혜택이 크게 줄어들면서, A급 인재는 연봉이 높은 증권사로 가는 실정입니다.

복수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와의 경쟁을 위해서도 거래소의 인건비 인상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지난해 출범한 넥스트레이드는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인재 영입을 위해 높은 연봉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때문에 내부에선 수천억원의 순이익을 내고 있는 거래소보다 적자인 넥스트레이드가 더 낫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고 합니다.

투자자 거래대금 증가로 증권사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실적 잔치 분위기 입니다. 거래소도 지난해 거래대금 증가로 순이익이 늘었는데요. 다만, 거래소는 순이익이 늘어난다고 해서 증권사처럼 대규모 성과급을 직원들에게 나눠주지 않습니다. 증시 안정펀드, 코넥스 펀드 등 정책 펀드에 넣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민간 사기업이지만, 시장 인프라 기관이라는 성격상 수익을 임직원 보상으로 사용하는데에는 부담이 적지 않죠.

올해 거래소는 글로벌 거래소들과 경쟁하기 위해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 중인데요. 거래시간 연장을 위해 인적 요건과 전산 개발, 증권사들과의 시점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긴 하지만, 거래소 자체적인 경쟁력 확보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거래소는 공공기관 해제 이후 금융위원회와 경영 협약을 맺고 매년 인건비 인상에 대한 규제를 받고 있는데요. 공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해서 여전히 예산과 인사권을 규제받는게 마땅할까요. 글로벌 거래소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선 뛰어난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처우 개선 역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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