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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고객님, 화 푸세요”…한투 연금본부의 기프티콘 읍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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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삭 기자

승인 : 2026. 03. 10. 18:23

박이삭님 크랍
"진행 중인 보상 절차와는 관계없이 죄송한 마음을 담아 기프티콘을 보냅니다."

한국투자증권 연금본부가 지난주 퇴직연금 고객들에게 스타벅스 커피 기프티콘을 일괄 발송했습니다. 최근 계좌 잔고와 수익률이 잘못 표시되는 사태로 불편을 겪은 고객들에게 '연금본부 임직원 일동'이 자체적으로 따로 보낸 것입니다.

최근 증권사들이 소비자보호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긴 하지만, 이처럼 공식 보상 절차와는 별개로 임직원 명의까지 내걸며 사과에 나선 것은 이례적입니다.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퇴직연금 현물 이전 경쟁을 알아야 합니다. 재작년 말 본격화된 현물 이전 제도는 판을 바꿔 놓았습니다. 예전에는 퇴직연금을 다른 금융사로 옮기려면 보유 자산을 현금화했다가 다시 투자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웬만해선 기존 회사에 그냥 눌러앉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다릅니다. 현물 그대로 클릭 몇 번으로 수억원의 자산이 경쟁사 계좌로 쏙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고객 이탈의 문턱이 낮아진 상황에서 서비스 오류는 치명적입니다. 단순히 고객 불만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 자산 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한투가 뿌린 커피 기프티콘의 의미가 달리 보입니다. 기프티콘 가격은 하나에 4000원 남짓. 수만명에게 보냈다 해도 전체 비용은 수억원 안팎입니다. 연금 자산이 경쟁사로 넘어가는 손실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커피 한 잔은 사과의 표시이면서 수천억의 자산 이탈을 막으려는 신속한 방어 수단인 셈입니다.

기프티콘과 보상으로 모든 게 해결되진 않습니다. 다른 증권사들은 유사한 문제를 의식해 서비스 운영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키움증권은 이달부터 장 초반 자산 조회 서비스를 제한하기 시작했고, 삼성증권은 지난달 말부터 잔고 화면의 최대 종목 개수를 7개로 제한했습니다. 조회 폭주로 인한 지연과 오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커피 한 잔으로 고객의 마음을 달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퇴직연금 현물 이전 시대에 고객의 발걸음을 붙잡는 진짜 방어선은 오류 없이 돌아가는 시스템입니다. 경쟁사들이 속속 내놓는 운영 개선책처럼, 한투 역시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으로 화답할 차례입니다.
박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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