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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정부는 매년 봄부터 이듬해 쓸 정부 예산을 미리 짜서 국회에 보고하고, 국회는 연말 이를 심의 의결해 확정한다. 규모와 쓸 곳이 정해지면 정부가 이듬해 시작부터 이를 집행해 나간다. 이 외에 정부가 불가피하게 돈을 더 풀어야 할 때 추경을 편성한다. 국가재정법에 추경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나 대량 실업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 등의 경우에만 할 수 있게 규정해 놓고 있다. 함부로 동원하면 재정건전성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때는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다 보니 우리도 1년에 추경을 두 차례(2022년), 세 차례(2020년)도 했다가 2023년과 2024년에는 재정건전성을 우선시해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의 경우 7월 경기부양과 소비쿠폰 발행 등을 위해 31조8000억원 규모로 추경을 편성했다.
정부는 올해 추경에서는 채권을 발행하지 않고도 추경을 편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조~20조원 규모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 등 관련 기업이 돈을 잘 버니 법인세를 많이 걷어 이 돈으로 추경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빚을 내지 않는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지만 결국 이것도 나랏돈을 추가로 푼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우리의 재정 상황은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2015년에 국가부채가 약 592조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200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특별히 재정 투입을 하는 걸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중동전쟁 탓에 국제유가가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면서 국내 기름값도 불안한 상황이라 정부 적기 대책은 필요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은 곧 끝날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중동전쟁의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이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대로 급락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돈을 풀려면 세금을 걷어야 하고, 세금을 내는 건 결국 우리 국민과 기업들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업이나 국민에게서 걷은 돈으로 국민을 지원하는 추경이 최선의 묘책이라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곳간에서 돈을 빼서 쓰면 누가 이를 채워 넣어야 하는지 늘 가슴에 새기면서 살림살이를 해야 한다. 중동전쟁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며 시급히 해야 할 일, 나중에 해도 될 일을 잘 구분해야 할 것이다. 최후의 보루는 남겨둬야 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