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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범죄에 또 ‘접근금지’만…가해자 위치는 ‘깜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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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찬 기자

승인 : 2026. 03. 15. 18:00

남양주서 20대 여성 스토킹범에 살해
전자발찌 부착 잠정조치 신청 안 해
구속 위한 국과수 감정 기다리는 사이 범행
가해자 위치 모르고 사후 처벌 조치에 의존
GettyImages-jv13025256
/게티이미지
스토킹 피해자가 또다시 살해당했다. 경찰의 보호조치가 있었지만 결국 강력범죄를 막지 못했다. 가해자 위치를 '미리' 알 수 있도록 전자발찌를 채웠어야 했지만, '사후' 처벌인 접근금지 명령에 그쳤기 때문이다. 병적 집착인 스토킹의 예방 조치를 사실상 가해자 의지에 기댄 것이다. 경찰이 스토킹 위험성을 과소평가해 안일한 대처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8시 58분께 경기 남양주시 오남읍에서 20대 여성 A씨가 40대 남성 B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A씨는 범행 후 도주했고, 1시간 30분이 넘어서야 경기 양평군에서 경찰에 의해 검거됐다. 당시 B씨는 A씨에 대한 가정폭력처벌법상 임시조치 2·3호와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1·2·3호 적용 대상자였다. B씨는 A씨에게 전화나 문자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연락과 100m 이내 접근이 금지된 상태였지만, 이는 '밀착 경호'가 아닌 위반 이후에 추가 처벌되는 사항일 뿐이었다. 결국 피해자에 대한 물리적인 접근은 막지 못했다.

경찰이나 피해자가 사전에 B씨의 위치를 인지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다. 당시 B씨는 위치 추적이 가능한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있었지만, 이는 다른 성범죄 사건에 의한 것이었다. 전자발찌 속 보호대상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A씨의 위치와 연동되지 않았다. A씨는 B씨의 접근을 인지한 직후 스마트 워치로 경찰에 신고해 위치를 알렸지만, 실제 피해를 막기에는 늦은 시점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B씨에 대한 전자장치 부착을 위한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3호의 2를 검찰에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는 긴급 신고를 위한 스마트 워치와 인근 순찰 강화에 그쳤다. 경찰은 가장 적극적인 조치인 잠정조치 4호(유치장 유치) 신청을 위해 A씨 차량에 설치된 위치추적 의심 장치의 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동안 피해자는 무방비 상태였던 것이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상 경찰은 가해자에 대해 서면경고(1호), 접근금지(2호), 전기통신 접근금지(3호),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3호의 2), 유치장 유치(4호) 등 잠정조치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와 가해자를 실질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것은 3호의 2와 4호뿐이다. 잠정조치 위반 건수는 2022년 533건에서 2023년 636건, 2024년 887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처벌 강화만으로는 가해자의 접근을 막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러나 일선 경찰서에서는 잠정조치 3호의 2 활용도는 여전히 높지 않다. 2024년 기준으로 해당 조치의 경찰 신청 비율은 전체 3% 안팎에 불과했는데, 이러한 기조는 최근까지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대구 스토킹 살인사건과 같은 해 7월 울산 스토킹 살인사건의 경우에도, 잠정조치 3호의 2 신청은 없었다. 두 사건 각각 경찰이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과 잠정조치 4호만을 신청했다가 기각된 사이 발생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에 인용되는 난이도가 3호의 2와 4호가 별로 차이가 없어 확실하게 관리할 수 있는 4호 신청에 집중되는 것 같다"고 했다.
김홍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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