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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앞 세운4구역 갈등 격화…국가유산청, SH 불법 시추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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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3. 16. 16:26

유네스코 "영향평가 없으면 세계유산위 의제 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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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국가유산청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세운4구역 내 사업시행인가 중단 및 대응 관련 언론설명회'에서 말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종묘 앞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경찰 고발과 국제기구 경고로까지 번지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세계유산 보존과 도심 재개발 사이의 충돌이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국가유산청은 16일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SH는 세운4구역 사업부지에서 사전 협의나 허가 없이 11개 지점에서 시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추 깊이는 최대 약 38m에 이른다. 발굴 조사가 끝나지 않은 매장유산 유존지역에서 이러한 현상 변경 행위를 하는 것은 법 위반에 해당한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발굴조사 완료 조치가 되지 않은 땅에서 토목 공사를 위한 시추를 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라며 "국가유산 보호를 위해 국민이 지켜온 절차가 무시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세운4구역은 행정적으로 발굴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법적으로는 여전히 매장유산 유존지역으로 관리되며, 발굴 완료 조치가 내려지기 전까지는 공사를 추진할 수 없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13일 현장 조사를 실시한 뒤 시추 행위를 확인하고 즉각 중단을 명령했으며, 반입된 중장비도 철수시켰다.

서울 세운4구역 매장유산 발굴현장 시추 세부 모습(1)
서울 세운4구역 매장유산 발굴현장 시추 세부 모습. /국가유산청
이 지역에서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된 발굴 조사에서 조선시대 도시 구조를 보여주는 다양한 유적이 확인됐다. 건물터 약 590동과 우물 199기, 배수로 흔적 등이 발견됐고 마을 입구를 지키던 '이문(里門)' 흔적과 소뼈가 묻힌 수혈도 확인돼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사업시행자인 SH가 제출한 유적 보존 계획은 2024년 문화유산위원회에서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논의가 보류됐고, 이후 추가 보완 자료도 제출되지 않은 상태다.

개발 인허가 절차를 두고도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개발 절차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오는 19일 정비사업통합심의위원회를 열어 심의를 진행하고 4월 중 사업시행인가를 마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기구의 우려도 제기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최근 서한을 보내 세운지구 개발이 종묘의 세계유산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서울시가 개발 인허가에 앞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3월 안에 회신하지 않을 경우, 오는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종묘 문제가 '보존 의제'로 상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존 의제'로 논의될 경우 세계유산센터와 자문기구의 공식 현장 실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세계유산 보존 상태를 국제사회가 공식적으로 점검하는 절차다.

허 청장은 서울시장과 종로구청장, 국가유산청장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며 "정비사업통합심의위원회 개최를 보류한 뒤 논의를 시작하자"고 요청했다.

종묘는 조선과 대한제국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왕실 사당으로,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과 함께 한국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도심 재개발과 세계유산 보존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가운데 세운4구역 개발을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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