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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방침 하에 보험사가 보여줄 수 있는 소비자보호 강화 지표는 민원 건수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민원인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민원 건수를 줄이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소비자보호 강화 움직임에도 민원 건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생명보험사의 전체 민원 건수는 4299건으로 전년 동기(4034건) 대비 6.57% 증가했다. 손해보험사도 1만769건으로 1년전보다 6.87% 늘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보험 민원이 전체 금융 민원의 절반에 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기에 정부와 금융당국이 올해를 '금융소비자 보호 원년'으로 삼으면서 민원 건수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업계의 우려는 적지 않다. 악성민원을 들어주면 즉각적으로는 민원 건수가 줄어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악성민원이 오히려 늘어나게 되는 악순환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한명의 고객이 같은 내용으로 수십번 씩 민원을 넣는 사례도 잦다. 최근엔 보험사에서 이미 보험금을 지급한 계약에 대해 고객이 몇십년 간 낸 보험료 반환을 요청하는 민원을 수 차례 넣는 일도 발생했다. 이 고객은 보험사에서 해당 민원을 들어주지 않자 내용을 악의적으로 각색해 공론화 했다. 뿐만 아니라 '금감원에 민원을 넣어 회사 등급을 깎아버리겠다'는 수법은 이제 흔하게 나타난다. 고객이 직접 확인한 내용이 포함된 통화 녹음이 있더라도 '내 목소리가 아니다'며 악성민원을 제기하는 일도 잦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험사들은 민원 감축을 위해 고객 민원을 들어줄 수밖에 없게 됐다. 업계에선 "목소리 큰 사람(악성 민원인)만 보상을 받아간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한때 악성민원은 금감원 민원공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었다. 또 전체 민원 중 악성민원은 별도로 구분해 지속적인 추적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아직 개선된 점은 없다. 악성민원인에게 투입되는 과잉보상으로 인한 손해율 증가는 전체 소비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보험사들의 민원 관리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장의 민원 감축을 위해 악성민원들을 받아 주기보다 중장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불완전판매 축소, 소비자 알권리 강화 등을 통해서 민원 증가 요소를 줄여나가야 한다. 특히 시시각각 바뀌는 보험사의 내부 심사 기준 등을 고객에게 사전에 명확히 알려야 하는 방안도 강화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