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사설] 석유 최고가격·차량 5부제, 효과상충 아닌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4.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318010005518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6. 03. 19. 00:00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공급이 계속 차질을 빚을 것에 대비해 차량 5부제나 10부제 등 차량 운행 제한제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정책이 현실화하면 전국 단위의 차량 부제 운행은 걸프전쟁으로 두 달간 10부제가 시행됐던 1991년 이후 처음이 된다. 석유를 계속 들여오지 못하면 208일치 비축유 물량도 금방 줄어들 것이므로 수요 관리는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이미 시행중인 석유 최고가격제와 효과가 상충한다는 점에서 정책목표와 방향을 근본적으로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춰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려는 정책이다. 당장 기름값을 덜 내니 도움이 되겠지만 소비자 전반으로는 가격이 싸다 보니 차량 운행을 줄일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에 비해 5부제 등은 특정일에 차량 운행을 강제로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래야 기름을 덜 쓴다는 차원이다. 최고가격제로 차를 편하게 쓰도록 해놓고, 다시 특정일에는 차를 쓰지 말라고 하는 셈이어서 정책목표가 서로 충돌한다고 볼 수 있다.

서민들을 위해 기름값 부담을 낮춰주는 것도, 에너지 자급률이 매우 낮은 나라에서 수요 관리도 당연히 필요한 것이지만, 두 정책목표를 동시에 강제적 정책으로 달성하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고가격제로 인한 정유사들의 피해를 메꿔주기 위해 재정도 들어가야 하고, 부제 운행을 관리할 행정력도 동원돼야 한다. 차량 5부제를 시행한다면 일시 비상대책이라고 볼 수 있는 최고가격제는 풀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수요 관리가 되도록 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차량 5부제를 실시할 때 어디까지 예외로 인정해 줄 것이냐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긴급 자동차나 군용, 재난 복구용 차량 등 특수목적 차량은 물론이고, 사회적 약자나 생존권과 직결되는 자영업자 등도 고려해야 한다.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특수한 사정임을 들어 예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책이 누더기가 되면서 효과는 거의 없고, 불편만 가중되는 결과가 야기될 수 있다. 부제를 꼬박꼬박 준수하는 국민들 불만도 예상할 수 있다.

수입 원유의 절반 이상은 산업용으로 쓰인다. 차량 등 수송용 소비는 3분의 1도 안 되며, 나머지는 거의 난방용이다. 수송용 중에서도 절반은 화물차나 버스, 택시 등 영업용 차량에 쓰인다. 차량 5부제로 민간소비의 20%를 완전히 줄인다 해도 전체 원유 수요에는 3% 정도만 영향을 줄 뿐이다. 뭐라도 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이것이라도 해야 하는 절박함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정책의 조화와 효율성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이참에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시스템을 더 편리하고 저렴하게 구축해 아예 민간차량 운행 수요를 대폭 줄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보기 바란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