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수 불확실성에 대체투자 선호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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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주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단기 자금 조달과 장기 운용 간의 만기 불일치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당부했다.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미래에셋증권 등 초대형 IB의 발행어음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5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분기 말 발행어음 잔고가 약 41조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1년도 안 돼 10조원 가량 불어난 것이다. 발행어음은 만기 1년 이내의 단기성 자금으로, 조달 규모가 커질수록 운용 자산과의 만기 불일치(미스매치)가 핵심 리스크로 지목된다.
문제는 이 자금이 향할 투자처다. 생산적 금융 정책의 취지는 비상장 혁신기업과 벤처 투자 확대였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수익성과 회수 가능성을 동시에 갖춘 투자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투자 기회 자체는 늘었지만 '투자할 수 있는 자산'과 '투자해야 하는 자금' 간 간극이 여전히 존재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주요 증권사들은 리스크를 낮춘 구조화 투자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등은 기업금융(IB) 중심의 메자닌 투자와 구조화 딜을 꾸준히 운용해 왔다.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주식 전환 옵션을 통해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면서도 채권 성격을 갖고 있어 손실 위험을 일정 부분 통제할 수 있는 구조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역시 해외 부동산과 인프라 등 대체투자 자산 비중을 확대해 온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최근 글로벌 금리 상승과 일부 자산 부실 이슈가 겹치면서 신규 투자에 대해서는 보다 보수적인 접근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자금이 메자닌과 대체투자로 이동하는 배경에는 회수 시장의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이는 다시 신규 모험자본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최근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도 후기 단계 기업 중심의 선별 투자 기조가 강화되는 이유다.
발행어음 시장의 자금 쏠림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키움증권·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이 새롭게 발행어음 시장에 진입해 자금을 확보하고 있으며,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도 인가 심사를 밟고 있어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단기 자금으로 조달한 발행어음을 기반으로 장기·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구조가 확대될 경우 시장 변동 시 유동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발행어음 조달액의 25% 이상을 모험자본으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확대(올해 10%, 2027년 20%, 2028년 25%)하고 있지만 정작 투자처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험자본을 늘리라는 정책 방향은 유지되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 투자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며 "결국 투자처의 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 같은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