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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도 룰은 있다”…마포·성수 등 수주전 갈등에 커지는 ‘입찰 기준 명확성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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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승인 : 2026. 03. 19. 17:31

‘마포로5구역’·‘성수 4지구’ 등 입찰 충돌…유찰·취소 ‘혼선’
대의원회 의결 누락 논란 확산…의사결정 절차 ‘도마 위’
업계, 입찰 지침 표준화 요구 확대…”제각각 서류 기준 분쟁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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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약 80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도시정비 시장에서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에서 시공사 선정 입찰을 둘러싼 서류 해석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조합과 건설사 간 입찰지침 해석이 엇갈리면서 유찰 선언이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조합 집행부의 의사결정 절차가 적절했는지를 두고 관할 지자체와 조합원들의 문제 제기까지 더해지는 양상이다.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서울 핵심 입지에서 시공사 선정 절차가 잇따라 진행되는 가운데,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입찰지침의 문구 해석이나 서류 제출 기준 하나가 수천억원 규모 수주전의 향방을 가르는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수주 경쟁이 격화될수록 입찰지침의 명확성과 조합 내부 의사결정 절차의 투명성이 사업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명확한 입찰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조합뿐 아니라 관할 지자체, 시공사 간 협력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시공사 선정 과정이 관련 규정과 정관에 따라 얼마나 명확하고 공정하게 운영되느냐가 분쟁 예방의 출발점이라는 인식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대문구청은 최근 서울 서대문구 '마포로5구역 제2지구 재개발' 조합원 일부가 제기한 민원에 대해 "조합이 제출된 입찰서를 모두 대의원회에 상정해야 한다"며 "입찰서의 유·무효 판단에도 대의원회 의결이 반영돼야 한다"고 회신했다.

구청은 또 조합 정관 등 관련 규정에 명시된 적법한 절차를 이행하도록 행정지도를 했다고 밝혔다. 향후 대의원회와 현장설명회에는 서울시 갈등관리책임관이 참관할 예정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이는 조합장이 대의원회라는 공식 의결기구를 거치지 않은 채 유찰을 선언한 과정이 절차적으로 적절했는지에 대해 행정당국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갈등의 발단은 지난달 12일 마감된 1차 시공사 선정 입찰이다. 조합은 두산건설이 '수량산출내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입찰 무효를 선언했고, 남광토건만 단독으로 남게 되면서 경쟁 입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유찰 처리됐다.

다만 두산건설은 입찰 무효 처리 절차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조합 정관과 관련 규정에 따르면 입찰 무효 여부는 대의원회나 조합원 총회 등의 공식 의사결정 절차를 통해 판단해야 하는데, 이런 절차 없이 집행부가 임의로 입찰을 무효 처리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두산건설은 현재 재입찰 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이에 따라 구청의 행정지도와 법원의 가처분 판단 결과에 따라서는 1차 입찰의 유효성 자체가 다시 검토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산건설 측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현재 진행 중인 2차 입찰의 법적 정당성 역시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당 2차 입찰은 다음 달 21일 마감될 예정이다.

유사한 상황은 서울 성동구에서도 벌어졌다. 총공사비 1조3628억원 규모의 '성수4지구 재개발' 사업에서 조합은 대우건설의 제출 서류가 미비하다며 유찰을 선언했다가, 불과 수 시간 만에 2차 입찰 공고를 전격 취소했다.

대우건설 측은 입찰지침에서 요구한 서류를 모두 제출했다며 반발했고, 이후 서울시와 성동구가 절차상 문제를 점검하면서 결국 해당 입찰은 무효 처리됐다. 다만 성동구는 재확인 과정에서 대우건설이 제출한 서류 자체에는 미비한 점이 없었다는 점을 확인한 바 있다. 즉 서류 제출 여부 자체가 쟁점인 마포로5-2구역 사례와는 다소 결이 다르지만, 조합의 행정 처리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 논란이 불거졌다는 공통점만큼은 두 사례 모두 동일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업계에서는 시공사 선정 입찰 절차에 대한 보다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판단 기준과 의사결정 구조가 불명확할 경우 분쟁이 반복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사업 일정 지연과 조합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이 과열된 서울 정비시장에서는 핵심 사업지의 입찰지침 문구 하나가 수백억원 규모의 손익을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사업 일정을 수개월씩 늦추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대안으로 입찰지침의 표준화를 제시한다. 현재 정비사업 입찰지침은 조합마다 자체적으로 작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필수 서류의 범위와 유·무효 판단 기준이 제각각이다. 필수 서류 목록과 제출 목적, 심사 기준을 보다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한 대형 건설사 정비사업 담당 관계자는 "시공자 선정 단계에서부터 판단 기준과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관리돼야 이후 불필요한 분쟁과 사업 지연을 줄일 수 있다"며 "절차를 명확히 해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는 것이 결국 조합원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향이고, 룰 없는 수주전보다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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