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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최윤범의 승부수 ③] 고려아연, 주총서 마지막 승부… 한국형 거버넌스 가늠자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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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기자

승인 : 2026. 03. 19. 17:41

44년 연속 흑자·기술중심 경영의 힘
수익 중심 사모펀드 자본 논리와 대결
글로벌 자문사 7곳은 현 경영진 지지
고려아연이 오는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경영권 사수를 위한 마지막 결전에 돌입한다. 이번 주총은 44년 연속 영업 흑자를 기록한 최 회장의 장기 기술 중심 경영과 사모펀드(PEF) 자본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70년 동업 관계를 끝낸 대주주 간 갈등을 넘어 국가 기간산업의 명운과 한국형 기업 지배구조의 향방이 결정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총의 최대 격전지는 이사회 주도권을 결정할 이사 선임 안건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13명 중 최윤범 회장을 포함한 6명의 임기가 동시에 만료된다. 최 회장 측은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명분으로 5인의 선임안을 냈고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은 경영진 견제를 내세워 6인의 신규 이사 선임안을 맞물려 상정했다.

19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주총을 닷새 앞두고 글래스루이스와 서스틴베스트를 포함한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 7곳은 고려아연 현 경영진 중심의 이사회 체제 유지에 일제히 힘을 실었다. 특히 자문사 5곳은 최 회장의 이사 선임안에 찬성을 권고한 반면 영풍 측 후보 전원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냈다.

시장은 이번 주총의 핵심 변수로 양측의 극명한 경영 성적표와 함께 경영 철학의 차이를 꼽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해까지 44년 연속 영업 흑자를 기록한 반면 영풍은 2021년부터 5년째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영풍의 영업손실은 2777억원으로 확대됐으며 석포제련소 가동률은 40.66%까지 급락했다. 업계관계자는 "사모펀드는 본질적으로 단기 수익 극대화와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하기에 수십 년의 호흡이 필요한 장기 연구개발(R&D)이나 설비 투자가 필수인 장치 산업과는 경영 철학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며 "고려아연처럼 국가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경우 지배구조의 효율성 못지않게 기술 연속성과 산업 생태계 보호라는 공익적 관점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최 회장은 지난 수개월간 다층적 방어 전략을 펼쳐왔다. 작년 9월 영풍의 공세가 본격화하자 곧바로 현대차·한화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자사주 교환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동시에 사외이사 비중을 68%까지 확대해 거버넌스 개선이라는 영풍 측 명분을 선제적으로 무력화시켰다. 결정적으로 미국 내 약 11조원 규모의 핵심 광물 제련소(Crucible JV) 건설을 직접 진두지휘하며 장기 성장 비전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최 회장 체제의 고려아연은 2019년부터 총주주수익률(TSR) 465.6%를 기록하며 독보적인 성과를 입증했다.

영풍-MBK 연합은 최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 한화 등과 진행한 자사주 교환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기존 주주의 의결권을 희석시키고 경영권 방어에만 악용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일각에선 거버넌스 개선을 주장하는 측이 정작 본업에서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설득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의결권 자문사들은 최 회장의 성과와 주주 환원 정책을 지지의 핵심 근거로 삼았다. 최 회장이 제시한 약 9177억원 규모의 미처분이익잉여금 전환 안건은 영풍 측 제안보다 두 배 이상 규모가 커 실질적인 환원 의지가 더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문사들은 경영 연속성이 훼손될 경우 미국 내 핵심 광물 제련소 건설 등 글로벌 자원 안보 프로젝트의 실행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려아연 노동조합 역시 "빚을 내 회사를 사고 사람을 자르는 약탈적 경영 방식은 비철금속 세계 1위 고려아연에 절대 적용될 수 없다"며 결사 항전의 의지를 밝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적대적 자본의 야욕을 막아내는 것을 넘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비전을 주주들에게 상세히 보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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