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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동맹 협력과 확전 리스크 사이… 교전수칙 한 줄이 ‘호위’와 ‘참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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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6. 03. 22. 11:49

“‘美, 48시간 내 호르무즈 열어라’… 트럼프 동맹국 군사 참여 압박 공개화
선제 대응·연합교전 허용 여부에 따라 ‘호위’와 ‘참전’ 갈린다
'비전투 원칙’ 유지냐 '역할 확대'냐… 교전수칙이 분수령
0322 USNAVY ROE
미국 해군(USN)의 표준 상시교전수칙(SROE: Standing Rules of Engagement) 및 국제법적 원칙. 문서번호 NWP 1-14M는 미국 해군, 해병대, 해안경비대 지휘관을 위한 법적·작전적 가이드북이다. 공해상에서의 무력 사용 절차, 비례성의 원칙, 인도적 고려 사항 등이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 AI생성이미지, 자료=미국 해군 전쟁 대학(U.S. Naval War College)
트럼프 대통령의 '48시간 최후통첩'은 단순한 수사적 압박이 아니었다.

발신 시점과 방식부터가 명확한 '군사적 시한 설정'이었다. 21일 오후 7시 44분경(미 동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글을 올려 이란을 향해 "지금 이 시점부터 48시간 이내에(within 48 HOURS from this exact point in time)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개방하라"고 요구했다. 한국 시간으로는 22일 오전 8시 44분 무렵이다.

지난달 28일 개전이래 3주가 지나가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동맹의 시험대'로 본격적으로 번지고 있다. 단순한 중동 지역 분쟁을 넘어, 한국의 안보·경제·외교 전략이 교차하는 복합 위기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에너지 수입국 공동 책임'으로 규정하며 한국의 군사적 참여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서면서, 청해부대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이 문구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한' 작전적 표현에 가깝다. 사실상 데드라인은 미 동부시간 기준 3월 23일 저녁으로 설정된 셈이다.

발신 장소 역시 주목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이 아닌 마라라고에 머물고 있었다. 공식 연설이나 백악관 브리핑이 아닌 개인 거점에서, 그것도 기자회견이 아닌 SNS를 통해 '군사적 성격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는 절차적 외교 채널을 생략한 채, 상대와 동맹국을 동시에 압박하는 '직접 통치형 메시지'의 전형으로 해석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동맹의 시험대

해양안보전문가인 유지훈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통첩 이후 호르무즈 해협은 '동맹의 시험대'로 급변했다"고 22일 오전 강조했다. 유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 안전을 '에너지 수입국 공동 책임'으로 규정하며 한국의 군사적 기여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 '48시간 통첩'은 표면적으로는 이란을 향한 해협 개방 요구지만, 실질적으로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해상 통제권을 둘러싼 주도권 선언이다. 동시에 한국과 일본 등 에너지 수입 의존국들에는 "행동으로 기여하라"는 무언의 요구이기도 하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단순한 파병 여부가 아니다.

이미 한국은 아덴만과 아라비아해 일대에서 청해부대를 통해 해상 안전 확보에 기여해왔다. 문제는 그 '임무의 성격'이다.


핵심은 교전수칙(ROE)

핵심은 교전수칙(ROE)이다. "한 줄이 호위와 참전을 가른다"는 군 내부의 말처럼, 동일 전력이라도 ▲선제 대응 허용 ▲연합군 교전 참여 ▲원점 타격 권한 여부에 따라 임무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고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준장, 기갑)은 22일 오전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분석했다.

주소장은 "문제는 작전 환경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덴만이 해적 대응 중심의 '치안형 해역'이었다면, 호르무즈는 기뢰·드론·고속정·대함미사일이 얽힌 '준전시 공간'이다. 같은 '호위'라도 의미가 다르다. 미국이 요구하는 것도 단순 호위가 아닌 기뢰 제거와 위협 제거를 포함한 '통합 해상작전'이다. 이 경우 청해부대는 사실상 전투부대로 전환된다."고 분석했다.

주소장은 '미해군(USN)의 교전수칙'을 언급하며, "미 해군은 교전규칙을 '제약'이 아니라 지휘관에게 합법적으로 먼저 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체계로 운용한다. 반면 한국 해군은 여전히 '쏴도 되나'를 묻는 구조에 가깝다.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전장에서 필요한 것은 지침이 아니라 결심이다"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청해부대는 해적 대응과 선박 호위를 중심으로 한 '치안형 파병'이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은 전혀 다른 전장이다. 기뢰, 자폭 드론, 고속정, 대함미사일이 결합된 '준전시 해역'이다.

이 지점에서 '교전수칙(ROE, Rules of Engagement)'이 결정적 변수로 떠오른다. 군 관계자의 말처럼 "교전수칙 한 줄이 호위와 참전을 가른다."

동일한 구축함, 동일한 병력이 투입되더라도 ▲선제 대응 허용 여부 ▲연합군 교전 참여 범위 ▲위협 원점 타격 권한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임무는 전혀 다른 성격으로 바뀐다.

현재 한국이 처한 전략적 조건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0322 외교부 사진
외교부는 18일 중동 상황 관련 호르무즈 해협 내 우리 선박과 선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관계부처-공관 합동 상황점검회의를 개최했다.이날 회의에는 외교부 외에도 해양수산부, 국방부, 해양경찰청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외교부
'한·미 동맹'과 '국익'

우선 '한미동맹'이라는 구조적 기반이 존재한다. 한반도에는 약 2만8000명 규모의 미군 전력이 주둔하며, 이는 단순한 군사 배치를 넘어 '확장억제'와 '연합방위'의 상징이다. 이 구조 속에서 미국의 요청은 선택이 아닌 '동맹의 의무'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동시에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최대 수혜국' 중 하나다. 국내로 들어오는 원유의 상당량이 이 해역을 통과한다. 호르무즈가 막히는 순간, 이는 곧 에너지 위기이자 산업 위기로 직결된다. 즉, 한국은 '안보 제공자'이자 '안보 수혜자'라는 이중적 위치에 서 있다.

문제는 '동맹'과 '국익'이라는 두축이 동일한 방향을 가리키는 듯 보이면서도, 실제 선택의 순간에는 상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해 호르무즈 작전에 적극 참여할 경우, 한국은 동맹 신뢰를 강화하는 동시에 에너지 수송로 방어에 직접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대가는 '확전 리스크'다.

현재 이란은 전면전 대신 비대칭 전력을 활용한 '회색지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기뢰 부설, 무인기 공격, 고속정 위협을 통해 긴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면서도, 명확한 전면 충돌은 피하는 방식이다. 이런 환경에서 연합작전에 깊이 개입하는 순간, 한국군은 의도치 않게 '교전 당사자'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청해부대의 과거 작전과 현재 상황의 차이는 명확하다. 아덴만에서의 작전은 해적이라는 비국가 행위자를 상대로 한 치안 유지였다. 교전수칙 역시 제한적이었고, 확전 가능성은 낮았다. 반면 호르무즈 해협은 국가 간 군사적 긴장이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공간이다. 동일한 '호위'라는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그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미국이 요구하는 작전 개념은 '호위'를 넘어 '통합 해상작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자국 선박을 보호하는 수준이 아니라, 연합군과 함께 위협을 제거하고 해역 전체의 통제권을 유지하는 개념이다. 이 경우 청해부대는 사실상 '전투 수행 부대'로 전환된다.


공식적으로 '비전투 임무 유지' 원칙...그러나 정치적 판단 영역으로 확장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비전투 임무 유지'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선언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작전 환경에서는 방어와 공격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접근하는 무인기를 사전에 요격하는 행위가 방어인지 공격인지조차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군 내부에서는 이미 청해부대의 '질적 전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단순 호위 임무를 넘어, 고강도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무장과 정보, 지휘체계를 갖춘 '해군 기동전력'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단순한 전력 증강이 아니라, 교전 권한과 작전 개념의 변화까지 포함하는 문제다.

즉, 기존 청해부대 수칙은 해적 대응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이란 정규군과의 충돌을 전제로 한 '준전시 교전수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국회 동의 문제다. 국방부는 호르무즈 투입과 교전수칙 변경이 단순 임무 확대를 넘어 '전투 파병'에 해당할 수 있는 만큼, 국회 동의가 필수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주은식 소장은 "결국 교전수칙은 군사적 문제를 넘어 정치적 판단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선택은 △ 기존처럼 제한적 호위 임무에 머무르는 '최소 개입', △ 연합작전에 부분 참여하는 '중간 단계', △ 미국 요구에 부응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는 '확대 개입' 세가지로 압축된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어느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전략적 위치는 크게 달라진다.


핵심은 다시 '교전수칙(ROE)'

ROE는 단순한 작전 지침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이 이번 위기에서 어떤 역할을 선택할 것인지, 어디까지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한 '정책 선언'이다. 한 줄의 문장이 함정의 행동을 규정하고, 그 행동이 국가의 전략을 결정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지금, 한국에 묻고 있다. 동맹의 요구와 확전의 위험 사이에서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가. 청해부대는 단순한 파병 전력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의 선택을 실현하는 '전략적 도구'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경계선은, 여전히 단 한 줄로 남아 있다. '교전수칙'이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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