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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빠진 특사경 수사… 공소시효 넘기고 암장 비일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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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훈 기자

승인 : 2026. 03. 25. 17:40

檢 지휘권 폐지 '사법 통제' 공백
6년여간 사건 방치 등 절차 위반 만연
잦은 인사이동·겸직·경험 부족 영향
협력 땐 성과 확대… 보완 필요성 부각
전문가 "법리 검증 부재… 오판 우려"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에 대한 공소청 검사의 수사 지휘·감독 권한이 폐지됐다. 그동안 특사경은 전문 분야 수사를 맡되, 검사의 법률 통제를 통해 사건 처리의 적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체계가 해체되면서 특사경 수사 과정에서의 법리 판단 오류를 걸러낼 장치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특사경은 세무·산림 등 전문 분야에서 공무원이 수사를 벌이는 구조인 만큼 이해 관계자와 유착돼 사건을 축소하거나 암장(暗葬·몰래 덮음)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시아투데이는 검찰이 특사경에 대해 지휘·감독한 사건들을 분석해 특사경의 적법절차 위반, 암장사건, 공소시효 도과 등의 문제점을 확인했다.



◇"6년 6개월 동안 사건 방치하기도"

대구지검 의성지청은 2023년 3월 의성·청송·군위군청의 특사경 담당 사건(2015년~2023년 3월)에 대한 전수 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교통 관련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사건의 상당수가 공소시효를 도과됐음에도 아무런 수사나 송치 없이 방치된 사실이 드러났다.

공소시효 도과 후 방치된 사건은 모두 286건이었다. 자동차관리시스템을 통해 의무보험 미가입 차량의 운행내역을 통보받은 후 검찰 송치 없이 공소시효가 도과된 사건들이다. 이들 군청이 사건을 관리하는 방식도 허술했다. 3개 군청 모두 범죄사건부, 수사종결사건철 등 부책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으며, 일부 사건 외에 기록 자체를 만들지 않고 있었다.

검찰은 교통 분야 특사경들의 잦은 업무 이동과 그에 따른 부실한 인수인계, 특사경 업무 외 일반 행정 업무 겸임, 수사 경험 부족 등을 사건 방치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창원지검은 2022년 2월부터 같은 해 11월 사이 관할 지자체 특사경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이 가운데 공소시효 도과 후 검찰에 송치한 사건을 집중적으로 살폈고, 40건의 사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사건 최장 방치기간은 김해시 차량등록사업소가 6년 6개월로 가장 길었고, 창원시(5년 7개월), 창원시 의창구(3년 2개월), 창원시 진해구(3년 1개월) 순으로 나타났다.

창원지검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특사경 직무교육을 대폭 강화했다. 신규 지정된 특사경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수사·공판 절차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영장전담검사의 적시 지휘를 위해 대면·전화보고를 적극 권장했다. 또 자동차 관련 특사경 상대로 창원지검 영장전담검사실에서 영장 작성법 등 대면 교양하기도 했다.

같은 해 창원지검 거창지청도 관내 거창·합천·함양 등 3개 군청의 특사경 업무에 대한 일제점검을 실시해 방치사건 197건, 암장사건 94건, 기소중지 관리 미흡사건 3건을 확인했다. 이 같은 부실 수사 배경에는 특사경의 수사 역량과 여건 한계가 자리하고 있었다. 실제로 3개 군청 소속 특사경들은 점검 과정에서 수사절차 지식 부족과 기피 업무라는 인식, 조사실 등 수사설비 미비 등의 애로를 토로했다.

◇국제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 보호…수사 협력 확대

인천지검은 2021년 9월 기소한 '외제 대포차량 밀수출 사건'에서 인천세관 특사경의 적법 절차를 위반한 정황을 확인해 시정 지휘했다. 인천세관 특사경은 2021년 7월 피의자 A씨의 차량 1대를 임의 제출받아 압수했는데, 검찰은 압수 차량이 차후 밀수출 범행에 이용될 우려가 있을 뿐이고, A씨가 차량의 소유자 내지 보관자가 아니므로 즉시 압수물을 돌려줄 것을 지휘했다. 이후 검찰은 피의자 A씨를 비롯해 범행에 가담한 4명을 추가로 밝혀내 재판에 넘겼다.

이처럼 특사경 수사 과정의 절차적 하자를 시정하는 한편, 검찰의 지휘를 통해 수사 성과를 확장한 사례도 확인된다.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2022년 9월 '의류 밀수입 사건' 수사 과정에서 특사경 수사 지휘를 통해 추가 공범을 밝혀냈다. 피의자 B씨는 2020년 8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지인 80명의 명의를 이용해 인터넷 판매 목적으로 의류 등을 수입하면서 이를 본인이 사용하는 물품으로 위장, 시가 26억원 상당의 물품을 밀수입한 혐의(관세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피의자 B씨가 주문한 물품들이 B씨의 가족 C씨 회사로 배송된 점을 의심, 특사경에 공범 여부 조사를 지휘했다. 그 결과 C씨가 범죄수익 관리를 담당한 사실을 확인해 함께 기소하고 범죄수익 19억 원을 환수했다.

검찰은 특사경과 협력해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을 보호하기도 했다. 수원지검은 2021년 경찰과 협력해 경기 용인시에서 반달가슴곰 농장을 운영하며 불법증식·도축을 일삼다가 야생생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피의자 D씨가 불법도축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곰이 탈출했다는 허위 신고한 사실을 규명했다. 검찰은 특사경을 지휘해 D씨로부터 불법증식 반달가슴곰 2마리를 압수하고, 야생생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같이 형사사법 절차 지식이 부족한 특사경에 검사의 수사지휘와 보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절차적 하자나 법리 오인이 누적돼 사건의 실체 규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본다. 수도권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사의 지휘 없이 특사경 판단만으로 수사가 이뤄질 경우 인권침해는 물론 사건 처리의 정확성과 책임성 모두 흔들릴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자칫 기소 전 단계에서 치명적인 절차적 하자가 발견돼 다시 수사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국민들의 피해만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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