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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뉴욕행’ TSMC는 됐다…SK하이닉스, 재평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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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승인 : 2026. 04. 06. 18:09

SK하이닉스 작년 매출·이익·이익률 최고기록<YONHAP NO-4848>
SK하이닉스 외관./연합
자본의 시대, 가장 크고 많은 자본이 오가는 곳은 뉴욕이다. 전 세계 기업들이 이곳을 향해 몰려드는 이유는 단순하다. 더 높은 밸류에이션, 더 깊은 유동성, 그리고 글로벌 투자자와의 직접적인 연결이다. 지금 SK하이닉스가 그 무대 위에 오르려 한다.

최근 SK하이닉스는 미국 ADR(주식예탁증서) 상장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직접 드라이브를 건 만큼 연내 추진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단순한 해외 상장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시장 중심으로의 '이동'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상장 방식 역시 관심사다. 최근 자사주를 전량 소각한 만큼 신주 발행을 통한 ADR 상장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왜 지금 뉴욕이냐'는 질문이다. 현재 뉴욕증권거래소에 ADR 형태로 상장된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공기업 출신이거나 전통 가치주로 분류되는 기업들이다. 포스코홀딩스, 한국전력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 속에서 글로벌 시장의 중심에 선 기업이다.

이 차이는 곧 밸류에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뉴욕 상장을 통해 기존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AI 반도체를 바라보는 시각과 국내 시장의 평가 간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TSMC의 경우에도 미국 ADR이 본주 대비 높은 유동성과 투자 수요를 바탕으로 프리미엄이 형성되는 흐름도 나타난 바 있다.

실제로 해외 자금의 관심은 선행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홍콩 증시에 상장된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상품은 거래 규모 측면에서 테슬라와 마이크로소프트 관련 상품을 넘어설 정도로 유동성이 확대되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기준 자산 규모는 25억 달러(한화 약 3.3조원)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단기 트레이딩 수요를 넘어, 반도체 사이클과 AI 산업에 대한 기대가 결합된 결과로 해석된다.

ADR 상장이 현실화될 경우 이러한 흐름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반도체 ETF 편입 등을 통해 패시브 자금 유입 경로가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글로벌 투자자 저변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블랙록이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를 늘린 점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뉴욕 시장은 결국 자금 유입 구조 자체를 바꾸는 플랫폼이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가장 큰 변수는 국내 시장과 주주 설득이다. 정부가 국내 증시 활성화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표 반도체 기업의 해외 상장은 상징적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기대 사이에서, 기업과 정책 당국 모두 복잡한 셈법을 마주하게 되는 지점이다.

결국 이번 ADR 추진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선 선택이다.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자본의 중심으로 이동하며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을 수 있을지, 아니면 국내 시장과의 균형 속에서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할지 시험대에 올랐다. 뉴욕은 기회의 땅이지만, 동시에 가장 냉정한 시장이기도 하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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