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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기업만 빼고 다 하는 밸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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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영 기자

승인 : 2026. 04. 0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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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영 경제부 차장
최근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힌 이유로 중동 전쟁 여파만 탓하긴 어려워보인다.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에 역행하는 기업들이 여전히 등장하고 있어서다.

이번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3차 상법 개정안을 추진해왔다. 1~3차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의무가 기업에서 주주로 확대되고, 집중투표제 의무화, 자사주 의무 소각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그간 대주주 위주로 지배구조를 개편해온 기업들의 관행을 깨라는 취지에서 시작한 상법 개정안은 일반주주들만 알아들은 모양새다.

상법 개정 이후 열린 주주총회 시즌에서 기업들은 이사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하기 어렵도록 만들었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확대하는 제도인데, 기업들은 이사회 임기를 늘리거나 조정하는 방법으로 한꺼번에 이사들을 교체하지 못하도록 했다. 소수 주주들의 이사 선임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다.

금융당국도 혀를 내두른 한화솔루션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2조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는데, 이중 1조 5000억원을 빚 갚는데 쓰고 나머지는 태양광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올해 상환해야할 한화솔루션의 차입금 규모는 7조 6000억원 규모다. 시장에서 이번 유상증자가 실제로 이뤄진다고 해도 한화솔루션의 재무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문제는 한화솔루션은 2024년부터 적자를 지속해오며 채무 부담이 커진 기업인데, 이에 대한 책임은 경영진이 아닌 일반 주주가 지게 생겼다는 점이다.

주주들의 반발에 오너일가인 김동관 부회장과 한화솔루션 사외이사 등 임직원들은 책임 경영 차원에서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42억원 규모다. 이 말을 바꿔 말하면 그동안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은 한화솔루션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간의 적자 상황을 생각하면 회사의 주가 부양을 위해 진작에 나섰어야 했다. 한화솔루션 지분이 없는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이 2조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정작 지분이 있는 일반주주들에겐 결정권이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물론 유상증자의 소식을 사전에 알렸다면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이지만, 한화솔루션은 일반주주들에게 유상증자의 당위성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다.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한 일반 주주들이 과연 이사의 충실 의무에 포함되었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전제 조건은 정부의 일관된 정책, 시장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지원, 기업들의 경쟁력 등의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 기업들은 그간 정부의 상법 개정안을 두고 경영권 약화를 우려해왔는데, 상법 개정의 취지는 주주들 권익 약화를 우선 걱정하라는 것이었다. 정부와 시장 참여자들은 코리아 프리미엄을 외치고 있는데 기업만 쏙 빠져있다.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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