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 비은행 계열사 맏형 자리 차지
NH투자증권, 농협은행 자리까지 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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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에선 기존 비은행 맏형 노릇을 했던 보험·카드 계열사를 제치고 증권사가 그 자리에 올라섰다. 카드와 보험업권이 수수료율 인하와 조달비용 상승, 손해율 부담 등에 눌린 사이 증권 계열사들이 실적을 앞세우며 그룹 비은행 계열사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5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는 각각 NH투자증권이 4757억원, KB증권 3502억원, 신한투자증권 2884억원, 하나증권 1033억원, 우리투자증권 1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KB금융과 신한금융에선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의 맏형 자리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KB금융은 지난해 1분기 1조6973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그중 KB손해보험이 31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순익을 내고 있었고, KB증권(1799억원)은 그 다음이었다. 올해 1분기 들어서는 KB손해보험이 36%(1128억원) 줄어든 2007억원의 당기순익을 냈고 KB증권은 92.7% 성장한 3502억원을 기록하면서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높은 기여도를 보여줬다.
신한금융은 지난해까지 신한라이프와 신한카드가 각각 1652억원, 1357억원의 성적표를 기록했고, 신한투자증권은 비은행 계열사 중 세 번째인 1079억원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신한라이프와 신한카드가 각각 37.6%, 15% 역성장한 1031억원, 1154억원을 기록했다. 이때 신한투자증권은 167.3%라는 역대급 성장을 통해 2884억원 당기순익을 냈다. 신한금융에선 생명보험-카드-증권으로 이어지던 그룹 내 기여도가 증권-카드-생명보험 순서로 뒤바뀌게 된 것이다.
하나금융에선 증권과 카드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모습이다. 하나금융은 이전부터 증권이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높은 기여도를 나타내고 있었고 카드는 그 뒤를 잇고 있었다. 지난해 하나증권과 하나카드는 각각 753억원, 546억원의 순익을 올렸지만, 올해 카드가 5.3% 성장할 동안 증권은 37.2% 성장하면서 207억원 차이에서 458억원 차이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우리금융의 경우 아직 우리투자증권의 그룹내 입지가 약하지만, 1000%에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1분기 순익 13억원이었는데, 올해 1분기엔 140억원을 기록하며 976.9% 급증했다.
농협금융에선 NH투자증권이 은행·비은행 통합 맏형 격인 NH농협은행의 자리 마저 넘보는 상황에 이르렀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5544억원에서 올해 5577억원을 기록하며 0.6%의 성장에 그쳤지만, NH투자증권은 2082억원에서 128.5% 증가한 4757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두 계열사의 격차는 불과 820억원으로 좁혀지게 됐다.
이 같은 지주 계열사 내 증권사 입지 성장은 증시 호황으로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위탁매매 수수료(브로커리지) 수익 회복과 투자심리 개선으로 인한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부문 호조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이며 개인 투자자의 매매가 확대됐고,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빠르게 늘었다. 여기에 상품 판매, 운용 손익 개선까지 더해지면서, 지주 내 증권 계열사들이 실적 기여도를 단기간에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과 카드 업권의 불황으로 인해 지주 내 증권 계열사의 입지가 더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카드 업계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압박과 조달비용, 연체율 부담이 이어지면서 수익성 개선에 한계에 마주했다. 보험업계도 보험계약마진(CSM) 확보 경쟁이 지속되고 있지만, 해지율과 손해율, 판매관리비 부담 등이 겹치며 실적 변동이 커졌다. 결국 보험·카드 계열사의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증권 계열사가 시장 활황을 빠르게 반영하며 비은행 부문 맏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는 증시 거래대금 증가와 투자심리 회복이 증권사 실적에 직접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카드·보험 계열사의 수익성이 압박받는 상황에서 증권 계열사의 그룹 내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