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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대로] ‘비대칭 비용’이 전쟁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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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4. 26. 16:57

4000만원 드론에 60억 미사일 대응
이란 대량 저가 무기, 美 재정 녹여
화력·정밀성만으로 승리 보장 안 돼
北, 재래식 전력 열세 엎을 기회 삼아
배병우 논설위원
배병우 논설위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각국의 '이란전 교훈 배우기' 열기는 이미 뜨겁다. 국방 전문가들이 파고드는 의문은 이렇다. 세계 제1의 최첨단 무기와 가공할 만한 화력을 보유한 미국은 왜 이란을 굴복시키지 못했나. 그리고 이란군이 그 엄청난 피해에도 반격 능력을 유지한 이유는 무엇인가. 항공기와 탱크, 함정 등 재래식 무기에 대비되는 탄도미사일, 드론, 기뢰 등 이란의 비대칭전력의 효능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일단 가능하다. 비대칭전력은 약자가 강자와의 전력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소량으로도 대량 살상과 기습 효과를 낼 수 있는 비전통적 무기를 의미한다.

하지만 비대칭무기의 효과만 강조하는 건 중동전의 핵심을 놓치는 것이다. 지난 3월 하순 전쟁이 시작된 지 3주를 넘어가자, 이스라엘의 방공망에도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텔아비브 도심 곳곳이 자폭 드론과 미사일의 공격을 받아 피해가 컸다. 핵 시설 단지가 있는 남부 사막 도시 디모나도 타격을 받아 2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의 성능이 뛰어나 '아이언돔'으로 알려진 촘촘한 이스라엘의 다층 방공망이 뚫린 게 아니다.

원인은 '양(量)'이었다. 이란은 하룻밤에 수백기의 드론과 순항·탄도미사일을 섞어 발사했다. 여기에 이스라엘은 한 기에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고가의 요격미사일로 일일이 대응할 수 없었다. 사드(THAAD)와 패트리엇 등 미국의 첨단 방공망이 배치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만 국가들이 당한 것도 요격미사일 성능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저가 미사일과 드론의 벌떼 공격에 요격미사일이 동나서였다.

싱크탱크 랜드유럽의 유럽 방위정책 전문가 제임스 블랙은 "비대칭 비용(cost asymmetry)이 전술적 차원을 넘어 전략적 문제로 등장했다"고 지적한다. 이란의 샤헤드 드론의 제작비는 약 3만 달러(4400만원). 미국은 이에 한 기당 약 400만 달러(59억원)에 달하는 요격미사일로 대응한다. 이란은 매달 샤헤드 드론 1만개 생산 능력이 있다고 한다. 미국 록히드마틴의 패트리엇(PAC-3) 미사일 생산 능력은 연간 600기다. 이런 근본적 비용 비대칭이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린다 빌메스 교수는 미국의 이란전 비용이 최소 1조 달러(14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란의 저가 미사일과 드론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재정과 군수 공급망을 '녹여버리고' 있다.

한때 군사 혁명으로 여겨졌던 정밀 유도 무기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시각도 타당성이 있다. 적이 수백, 수천 개의 저비용 플랫폼을 운용할 때 정밀도는 전략적으로 무의미해질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전쟁에서는 화력이 아니라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승패를 가를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지속적인 이스라엘의 지도부 암살 시도에 대응해 수립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분산형 지휘 체계, 험준한 산악과 도심 곳곳에 분산된 군수 생산 기지도 이란 군사력의 생존성을 높였다.

이번 중동전은 누구보다 우리에게 경고 신호다. 휴전선에서 서울 등 수도권까지의 거리가 40~50㎞에 불과하고, 남북으로의 폭이 좁아 북한의 도발 시 탐지 후 대응할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 북한은 수도권을 짧은 시간에 마비시킬 목적으로 수십 년간 장사정포와 방사포, 단거리 미사일 전력을 축적해 왔다. 이런 북한이 드론이라는 가성비 무기를 놓칠 리 없다. 무엇보다 북한군은 우크라이나에서 드론전이라는 현대전의 게임 체임저를 실전 경험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핵농축 시설' 발언으로 문제가 된 평북 구성에 북한이 대규모 드론 제조공장을 만들었다는 첩보도 있다. 반면 한국에는 제대로 된 드론 생산시설이 없다. 생산하려면 중국산 부품과 소재에 의지해야 한다. 군사용 드론에 대한 연구·검증도 겨우 첫발을 뗀 단계다.

갈수록 고도화하는 북한 핵 위협에 대비한 킬 체인 구축도 중요하다. 하지만 전쟁의 판이 바뀌고 있다. 아직도 우리 군의 관심은 고성능·고정밀 무기에만 쏠려 있는 듯하다. 북한은 '비대칭 비용 전쟁'의 중요성을 체득했고, 이를 전략과 전술, 군사교리에 민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군의 행동은 굼뜨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실패를 한국군도 똑같이 반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위기의식이 없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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