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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합병·무상소각 지렛대…8년만에 ‘22조’ 하림 지배한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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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경 기자

승인 : 2026. 05. 14. 08:00

2010년 알짜계열사 한국썸벧 물적분할
올품 증여 뒤 자사주 소각·합병 이어져
2018년 4개 지주사 하림지주로 단일화
지분율 24%대…아버지 김흥국 넘어서
NS쇼핑 주식교환 등 지배력 기반 강화
마켓파워 하림그룹(수정 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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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를 위해 투입한 사재는 사실상 '0원'. 하지만 만 20세에 승계의 첫발을 뗀 청년이 자산 규모 22조원, 재계 서열 29위 하림그룹의 실질적 지배자로 올라서는 데 걸린 시간은 단 8년이었다. 이 과정에서 그가 쥔 지분 가치는 300억원대에서 시작해 한때 6000억원을 상회하는 수준까지 불어났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장남 김준영 상무보는 2012년 부친으로부터 '올품(당시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증여받으며 승계 토대를 닦았다. 당시 그가 확보한 지분의 추정 가치는 약 337억원.

이후 승계 시계는 빠르게 돌아갔다. 대규모 자사주 무상 소각과 흡수합병이라는 지렛대가 활용됐다. 2017년 제일홀딩스 상장 직후 그가 가진 지분 가치는 약 6019억원으로 치솟았고, 2018년 단일 지주사 '하림지주'가 출범할 무렵에는 그룹의 지배력을 완성했다. 현재 그의 지분가치는 3000억원대 수준이다.

13일 재계와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김 회장의 승계 첫 단추는 장남 김준영 상무보에게 물려줄 '그릇'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2010년 하림은 당시 자본금 20억원, 총자산 656억원의 알짜 계열사였던 한국썸벧을 물적분할해 존속법인 한국썸벧(현 한국바이오텍)과 신설법인 한국썸벧판매(현 올품)로 분할했다. 이어 2012년 초 김홍국 회장은 당시 20세였던 김준영 상무보에게 지배구조 최상단에 놓인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증여했다. 당시 산정된 증여세는 약 100억원 규모였다.

물적분할과 증여를 통해 김 상무보는 '한국썸벧판매→한국썸벧→제일홀딩스(현 하림지주)→하림'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통해 하림그룹 지배력의 핵심 축으로 올라서게 됐다.

증여세 재원은 유상감자 과정에서 마련됐다. 한국썸벧판매는 2013년 옛 올품을 흡수합병하며 사명을 올품으로 변경했고, 2016년 1월 보통주 6만2500주를 주당 16만원에 매수해 소각하는 유상감자를 단행했다. 지분 100%를 보유한 단일 주주였던 김 상무보는 이 과정을 통해 회사로부터 현금 100억원을 지급받아 세금 재원을 마련했다. 결과적으로 김 상무보 측은 별도 개인 자금 투입 없이 지배력 확대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당시 김홍국 회장과 김준영 상무보 측(한국썸벹·올품)의 제일홀딩스 보유 지분은 각각 8.14%, 8.83%으로 지분 규모와 격차가 크지 않았다. 2017년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던 제일홀딩스는 당시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80%나 보유하고 있었다. 상장 전 2016년 11월 제일홀딩스는 408만1991주에 달하는 자사주를 전량 무상 소각했다. 소각으로 전체 발행 주식 수가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자 남은 주주들의 지분율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김홍국 회장은 제일홀딩스의 지분 41.78%, 김준영 상무보 측은 44.60%를 보유하게 됐다.

한 번의 자사주 소각으로 김 상무보는 부친 김 회장을 제치고 그룹 지배구조의 실질적 1대 주주로 등극했다. 동시에 올품은 그룹 내부거래와 흡수합병를 기반으로 덩치와 자금력을 키워 나갔다.

◇ 김준영, 2018년 단일 지주사 '하림지주' 지배력 완성

김홍국 회장이 장남에게 승계 토대인 한국썸벧판매를 증여할 당시만 해도 하림그룹은 제일홀딩스를 포함해 하림홀딩스, 농수산홀딩스, 선진지주 등 4개의 지주사가 있었다. 2012년 증여 후 제일홀딩스는 농수산홀딩스를, 하림홀딩스가 선진지주를 각각 흡수합병하는 절차를 밟았다.

이후 2018년 제일홀딩스가 하림홀딩스를 흡수합병하면서 단일 지주사 체제인 현재의 하림지주가 출범했다. 지주사 합병 과정에서 합병 비율은 보통주 기준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가 1 대 0.2564706으로 결정됐다.

개인 최대주주 자리는 부친인 김 회장이지만, 김 상무보가 한국인베스트먼트(현 한국바이오텍)와 올품의 지분을 합치면 단일 지주사의 실질적 최대주주로서 하림그룹 전 사업을 지배하는 구조가 완성됐다.

합병 과정에서 대규모 신주가 교부됨에 따라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자연스럽게 하락했다. 합병 직후 김홍국 회장 지분은 22.64%, 김준영 상무보 측 지분은 24.28%로 조정됐다. 지분율이라는 '숫자'는 반토막 났지만, 단일 지주사를 장악했다는 측면에서 실질적인 지배력은 전보다 커졌다.

2022년 하림지주는 알짜 계열사인 NS쇼핑을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포괄적 주식교환을 진행했다. 교환 비율은 NS쇼핑 보통주 1주당 하림지주 신주 1.41347204주였다.

이 주식교환으로 하림지주 신주 약 2111만주가 발행되며 전체 주식 수가 약 22% 증가했다. 이 여파로 올품을 거쳐 김 상무보에게 배당금을 주며 자금줄 역할을 하던 한국바이오텍의 지분은 19.98%에서 16.69%로 희석됐다. 김 회장은 개인적으로 보유하던 NS쇼핑 지분을 신주로 교환받아 21.10%로 지분율을 방어했다. 주식교환 이후 김 회장(21.10%)과 김 상무보 측 합산 지분(22.47%)의 격차는 1.37%포인트로 좁혀졌다.

김 상무보 측 회사인 한국바이오텍은 2023년부터 장내 매수에 돌입했다. 한국바이오텍은 다음 달까지 계획된 지분 매입을 완료하면 하림지주 지분율이 18.71%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여기에 모회사인 올품이 보유한 하림지주 지분 5.78%를 합치면 김 상무보 측의 실질 지분율은 24.49%에 달한다. 이는 김 회장 지분(21.10%)보다 3.6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정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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