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로제’·‘로열라면’ 동시 출격…로제 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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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분위기가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장 마감 직후인 오후 3시46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삼양식품의 1분기 실적 보고서가 올라오면서 업계 관심은 곧바로 삼양식품 실적으로 옮겨갔습니다.
삼양식품은 1분기 매출 7144억원, 영업이익 177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입니다. 오전에 농심이 신라면 40년의 역사와 글로벌 전략을 강조했다면, 오후에는 삼양식품이 역대 최대 실적으로 시장의 관심을 끈 셈입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두 이벤트가 같은 날 벌어졌다는 점입니다. 시간대 자체는 겹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결과적으로 하루 이슈가 양분됐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물론 회사 측 설명은 단순합니다. 한 관계자는 "대규모 행사나 실적 공시는 모두 수개월 전부터 준비되는 일정"이라며 "특별한 의도를 갖고 날짜를 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라면업계 경쟁은 신제품 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농심은 이날 간담회에서 오는 18일 신제품 '신라면 로제'를 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크림의 부드러움과 매운맛을 결합한 로제 콘셉트는 최근 젊은 소비층과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트렌드입니다.
로제 시장은 삼양식품이 2021년 '로제불닭볶음면'으로 이미 선점한 영토입니다. 자칫 농심이 뒤늦게 유행을 쫓는 모양새로 보일 수 있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농심은 이미 코로나19 시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한 '로제 레시피'의 잠재력을 포착하고 일찍이 주사위를 던졌습니다. 단순히 유행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신라면의 정체성에 로제를 입히기 위해 2024년부터 개발에 착수, 4년이라는 시간을 쏟아부었습니다.
통상적인 라면 개발 기간이 2년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두 배에 가까운 공력을 들인 셈입니다. 심규철 농심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이 신라면이라는 이름엔 어떠한 타협도 허락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고 말한 것을 증명하는 대목입니다.
여기에 오뚜기까지 가세하며 판이 커졌습니다. 오뚜기는 앞서 '열라면' 출시 30주년을 기념한 신제품 '로열라면' 출시 계획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회사의 야심작이 같은 날 시장에 나오게 됐습니다. 30년과 40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진 두 대표 브랜드가 '로제'라는 하나의 트렌드 위에서 정면으로 맞붙게 된 것입니다.
이 모든 움직임은 결국 하나로 수렴합니다. 40주년 잔칫날 벌어진 이 미묘한 '우연'은 앞으로 펼쳐질 글로벌 라면 시장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예고하는 전초전일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