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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쓰시다 고노스케와 함께, 일본 기업역사상 가장 뛰어난 경영자로 꼽히는 혼다 소이치로는 종업원 개인의 창의와 열정에 기반한 기술과 혁신 중심의 회사경영을 지향했다. '관리'라는 말을 극도로 싫어한 그는 관리가 종업원 개개인의 창의와 열정을 억제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1937년 자동차 부품 제조로 사업을 시작한 그가 종전 후에 '혼다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뛰어든 오토바이 및 자동차 제조 사업은 국내를 넘어 1970년대에는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성공의 원동력은 '기술'과 '품질'이었다. 타고난 기술자였던 창업자의 철학이 이를 가능케 했다. 그는 회사 타 부문의 악영향을 우려해 1960년부터 연구개발 부서를 독립조직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 회사에 몇 년 전부터 여러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잘 없던 대규모 리콜 사례들이 발생하고, 품질인증 조작이 발각되며, 실망스러운 수준의 순수 전기차 제품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더 이상 기술과 품질의 회사라 불리기 어려워지고 판매도 부진해졌다. 그런데 이런 현상의 주요 원인은 경영진이 창업자의 철학을 무시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이 회사는 그때까지 독립적이었던 연구개발 부서를 본사로 편입시켰다. 개발 실행속도가 떨어진다 것이 이유였다. 당시 CEO였던 하치고 다카히로는 엔지니어 출신이었으나 부서 통폐합 등 비용절감과 효율성 제고에 최우선 순위를 두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신모델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이 경쟁사들에 비해 2배가량 길어진 것이었다. 결국 금년 4월경에 이 회사는 연구개발 부서를 다시 독립시켰지만 쇠퇴의 길로 들어선 듯한 회사의 운명이 바뀔지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2. 1865년에 제재소로 출발하여 노키아는 인수합병을 통헤 케이블, 타이어, 전자, 통신제조업 등의 폭넓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1990년대 초 핀란드에서 GSM방식을 최초 상용화한 후, 기술적으로 앞섰던 이 회사는 세계 휴대폰 시장의 급성장 물결을 타고 1998년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섰으며, 2007년 말 세계 휴대폰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게 되었다. 이후 도래한 스마트폰시대에도 잘 대처했다. 1996년 최초 스마트폰을 시판 후 태블릿 등 파생 모델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했다. 발 빠른 시장 진입으로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인 2006년 노키아의 스마트폰 판매는 3900만대를 기록했다.
그런데 2006년 이 회사의 재무 책임자였던 올리페카 칼라스부오가 CEO로 취임하자, 당시에도 매출과 마진이 훨씬 좋았던 피처폰 사업을 강화시키는 전략을 취했다. 그 결과 연구개발비 투입부담으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약했던 스마트폰 사업부를 피처폰 사업부로 통합시켰다. 이는 피처폰 사업부의 목소리에 스마트폰 사업부가 눌리며 연구개발도 위축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 회사가 이런 전략적인 오류로 헤매는 동안 애플과 삼성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다. 결국 1998년 이래 14년간 세계 휴대폰 판매 1위를 고수하며, 한때 3030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달성했던 이 회사는 2013년 9월 휴대폰 사업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에 72억 달러에 매각했다.
#3. 세계 최대 민항기 제조사인 보잉은 1996년에는 전투기의 명가 맥도널 더글러스를 인수하여, 민항기, 군용기 모두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었지만 이를 기점으로 이 회사의 쇠퇴기가 시작됐다. 합병 당시 보잉은 '엔지니어의 회사'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경험 많은 엔지니어들이 비행기를 만들고 있었는데, 피인수 회사인 맥도널 더글러스의 경영진이 합병으로 커진 보잉의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들은 대부분 '재무통'들로, 비용절감에 특화된 것이 이사회의 마음을 산 것이었다. 이들은 특기를 발휘해, 수많은 엔지니어를 컴퓨터와 시급 노동자로 대체해 나가기 시작했다. 엔지니어의 경험과 내공은 컴퓨터가, 비행기 동체조립 과정의 단순작업은 무경험 시급노동자가 대체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하지만 품질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2010년 후반부터는 적자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회사의 경영도 정치의 영처럼 각 부서 간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요즘은 단기수익 제고에 대한 주주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 그래서 이런 압력을 영리하게 받아내면서도, 회사의 근본목적인 장기적인 '회사가치 극대화'를 위한 연구개발과 품질 제고 노력도 병행할 수 있는 현명한 CEO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경원 교수는…
서울대 영문과 학사,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 주립대 MBA, 컬럼비아대 경영학 박사(재무전공).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장, 삼성증권 리서치 센터장, 삼성경제연구소 IMF T/F 팀장 및 글로벌 실장(전무) 역임, CJ그룹 총괄부사장으로서 전략총괄(Chief Strategy Officer), 경영연구소장, 대성그룹의 디큐브시티 대표, 2016년부터 세종대 경영경제대 학장, 대외부총장, 특임부총장 역임. 2024년부터 동 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임 중. 저서로는 디지털금융 대혁명, Post-crisis Transformation of the Korean Economy, 대한민국 경제 2013 그 이후, 전쟁에서 배우는 경영전략, 어원으로 배우는 경제이야기 등이 있음.
김경원 세종대 석좌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