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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기 사건이 드러낸 ‘친족특례’ 허점…美·英은 가족도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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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 기자

승인 : 2026. 07. 1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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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산서 4명 입건…장윤기 증거인멸 여파
리얼돌·휴대전화 폐기한 아버지 장모경감은 예외
친족특례, 1953년 도입 후 73년째 유지
美 "혈연 예외 없이 엄벌"…英도 마찬가지
광주경찰청 압수수색 마친 특별수사팀
11일 오전 광주경찰청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팀이 압수수색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친족의 증거인멸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 이른바 '친족특례'의 허점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부친이 아들의 범죄와 관련된 증거물을 폐기한 정황이 확인됐지만, 친족이라는 이유로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가족 공동체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제도가 70여년이 지난 현재 범죄 은폐를 위한 방패막이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광주광산서 살인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은 전날 광주경찰청장실과 광산경찰서장실 등 당시 수사 지휘라인 관련 사무실 7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증거인멸 혐의 등이 적시됐다.

경찰은 압수수색 직후 기존 27명 규모의 특별수사팀을 41명 규모 특별수사단으로 확대했다. 검찰과 경찰은 장윤기 사건 수사팀과 현직 경찰관인 그의 부친 장모 경감 사이의 유착 및 수사 정보 유출 의혹을 동시에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까지 입건된 경찰관은 당시 광주 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 수사팀장, 수사팀원 등 모두 4명이다.

그러나 장 경감은 장윤기의 리얼돌과 휴대전화 등 주요 물품을 폐기한 정황에도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되지 않았다. 형법 제155조 4항은 친족 또는 동거 가족이 본인을 위해 증거를 인멸한 경우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족의 범죄를 감싸려는 행위가 인간의 자연스러운 정에서 비롯된 만큼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취지다.

이 규정은 6·25전쟁 직후인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도입됐다. 전쟁으로 가족 공동체가 해체된 상황에서 가족 간 밀고와 고발을 강요하지 않고, 국가 권력이 가족 관계를 지나치게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시대적 배경이 반영됐다.

하지만 법 제정 이후 73년이 흐르면서 친족특례가 개인의 책임과 사법 정의를 중시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장윤기 사건처럼 수사기관 종사자인 가족이 수사 대상이 될 증거를 없애더라도 처벌하지 못한다면 제도가 범죄 은폐를 위한 '합법적 방패막이'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은 가족의 증거인멸 행위에 별도의 포괄적인 면책을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가족을 돕기 위해 증거를 숨기거나 파기하고 수사기관에 허위 진술을 한 경우 사법방해죄 등이 적용될 수 있다. 부모나 자녀,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입건이나 기소를 면제하는 일반적인 친족특례는 두고 있지 않다.

영국 역시 가족이 피의자를 돕기 위해 증거를 인멸하거나 수사를 방해하면 원칙적으로 형사책임을 묻는다. 재판 과정에서 가족관계나 범행 동기 등이 양형상 참작될 수는 있지만, 사법 절차를 방해한 행위 자체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지는 않는다.

국내에서도 친족특례를 폐지하거나 적용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국회에는 친족의 증거인멸 행위에 대한 면책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발의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고위공직자나 수사·사법기관 관계자처럼 직무상 이해관계가 얽힐 수 있는 경우에는 친족특례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수사와 판단이 공정하게 이뤄진다는 확신을 담보하기 어려운 만큼 최소한 예외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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