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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한미약품의 본업을 가리는 경영권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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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현 기자

승인 : 2026. 08. 0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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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현
한미약품그룹이 가까스로 벗어난 경영권 분쟁의 그림자가 다시 회사 위로 드리우고 있다. 한때 그룹을 뒤흔들었던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2024년 말 4자 연합 구성 이후 일단락되는 듯했다. 시장도 이제는 소모적 지분 다툼을 뒤로하고 국내 대표 연구개발(R&D) 기업으로서 본업 경쟁력에 다시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오너 일가를 둘러싼 새로운 갈등과 폭로가 이어지면서 경영권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 갈등이 더욱 아쉬운 이유는 시점에 있다. 한미약품은 연내 비만 치료제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의 임상 성과 발표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오랜 기간 투자해 온 연구개발 성과가 본격적으로 시장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시점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비만 치료제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미약품 역시 연구개발 경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증명해야 하는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

다행히 최근 논란에도 주가는 과거처럼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견조한 실적과 연구개발 경쟁력이 기업가치의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잡음이 곧바로 회사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한미약품이 본업에서 쌓아 온 경쟁력이 그만큼 견고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갈등이 또다시 장기화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과거 경영권 분쟁이 이어졌던 시기 증권가는 이를 기업가치 할인 요인으로 평가했다. 일부 증권사는 당시 한미약품이 본질가치보다 30~40%가량 낮게 평가받고 있다고 분석했고, 기업가치 회복을 위해서는 경영권 분쟁 해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적과 연구개발 성과가 이어지더라도 경영 불확실성은 별개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회사 안팎에 미치는 영향은 주가에만 그치지 않는다. 장기간 이어지는 불확실성은 중장기 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어렵게 쌓아 온 시장의 신뢰를 훼손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신약 개발처럼 오랜 시간과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제약·바이오 산업에서는 경영 안정성을 사업 경쟁력과 무관한 문제로 보기 어렵다.

물론 상장회사에서 지배구조 문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경영의 투명성과 주주가치에 직결되는 만큼 필요한 검증과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 다만 그 과정이 길어질수록 정작 회사가 만들어 내는 성과는 뒤로 밀린다. 연구개발에 쏟아 온 노력과 이를 믿고 투자한 주주들의 기대까지 경영권 갈등에 가려지는 상황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미약품은 국내 신약 개발의 역사를 써 온 기업이다. 대규모 기술수출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연구개발 가능성을 보여 줬고, 지금은 비만 치료제를 비롯한 차세대 파이프라인으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시장의 시선이 다시 신약보다 경영권 분쟁에 머무는 것은 한미약품이 쌓아온 경쟁력에 비춰 아쉬운 일이다.

경영권을 둘러싼 이해관계는 결국 오너 일가와 주요 주주들이 풀어야 할 문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과 비용까지 회사와 주주들이 반복해서 감내하게 해서는 안 된다. 특히 글로벌 신약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만큼 지금 필요한 것은 연구개발과 미래 성장에 역량을 집중하는 일이다.
배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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