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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70~80% 수위에 갇힌 농어촌공사…농심 타는데 흘려보낸 농업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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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오성환 기자

승인 : 2026. 08. 1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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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오성환 기자 증명사진
오성환 기자
모내기철을 앞두고 한 방울의 물이 아쉬운 농촌 들녘. 정작 농업용수를 책임져야 할 저수지의 물은 하천으로 속절없이 흘러나가고 있었다.

재난 관리를 위해 홍수기에는 제한수위를 일정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지침 때문이었다. 농민들의 가슴이 바짝 타들어 가는 현장에서 목도한 것은 다름 아닌 한국농어촌공사의 고질적인 탁상행정과 행정편의주의였다.

최근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와 당 관계자, 박상웅 국회의원, 경남도 관계자, 안병구 밀양시장, 성낙인 창녕군수, 차석호 함안군수, 경남도의원과 밀양시의원, 농어촌공사 밀양지사 관계자 등이 밀양시 무안면 웅동저수지에 모였다. 가뭄 피해 현황을 살펴보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이곳에서 터져 나온 무안지역 농민들과 박진수 밀양시의원의 목소리는 농어촌공사의 미비한 대응과 소통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

2006년 극심한 가뭄을 겪었던 농민들은 모내기를 앞두고 물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는 저수지에 물을 충분히 가둬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공사 측이 농민들의 절박한 호소보다 자체 매뉴얼과 규정을 앞세워 물을 방류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농민들에게 물은 곧 생명줄이다. 그런데도 지침에 따른 수위를 맞춰야 한다는 이유로 흘려보내는 물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심정은 분통을 넘어 절망에 가깝다.

현장을 더욱 답답하게 하는 것은 관리 주체에 따라 저수지 운영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농민들에 따르면 지자체가 관리하는 저수지는 현장 상황에 따라 수위를 조절하며 가뭄 속에서도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반면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일부 저수지는 물 부족으로 바닥을 드러내면서 관리 방식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저수지마다 월류할 수 있는 시설 등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는데도 매뉴얼의 숫자와 규정에 얽매인 기계적인 수위 관리가 오히려 가뭄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게 농민들의 지적이다.

물론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한 제한수위 관리가 불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집중호우에 대비해 저수지의 여유 용량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재난 관리다. 하지만 기상 상황과 영농 시기, 저수율, 지역별 농업용수 수요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규정만 기계적으로 적용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 지자체장과 지방의회는 현장의 건의에 응답하고 향후 계획을 설명한다. 그러나 농민들의 삶과 가장 밀접한 곳에 있어야 할 농어촌공사가 정작 농민과의 소통에 벽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재난을 예방하겠다는 명목이 현장의 실제 수요를 외면하고 한 해 농사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완벽한 행정이 아니라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일 뿐이다.

농어촌공사 직원들이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다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노고가 제대로 결실을 보려면 유연한 행정과 농민들과의 소통이 더해져야 한다. 물이 부족해진 뒤 대책을 마련하는 이른바 '뒷북 행정'으로 언제까지 농민들이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가.

물 관리 체계의 일원화 논의를 포함해 현장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는 탄력적인 저수지 수위 관리 대책이 시급하다.

규정을 지키는 것도 행정의 책임이지만 농민이 농사지을 물을 지키는 것 역시 농어촌공사의 책임이다. 매뉴얼 속 숫자만 바라보다 정작 들녘의 현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농민들의 가슴이 다시는 쩍쩍 갈라진 저수지 바닥처럼 타들어 가지 않도록 이제는 현장을 먼저 보는 물 관리가 필요하다.
오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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