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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서의 도쿄시선] 일본 백화점은 왜 다이소를 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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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8. 2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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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 들어선 다이소, 품격 고집 버리니 사람 모여
명품 대신 경험 팔아 살아남으려는 오프라인의 반격
비싼 물건보다 다시 찾을 이유 만드는 백화점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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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서 일본 슈메이대학교 교수
얼마 전 도쿄에서 자주 찾는 한 백화점에 갔다가 뜻밖의 풍경을 만났다. 늘 사람이 거의 없어 적막하던 층에 다이소가 새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다. 고급 상품과 정중한 서비스를 상징해 온 백화점과 100엔숍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전에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려도 내리는 사람이 드물었던 층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많았다. 다이소 매장이 북적이자 텅 비어 있던 층 전체에 활기가 돌았다. 백화점이 '격'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금 내려놓은 대신 '사람'을 얻은 셈이다.

지금 일본 백화점업계가 처한 현실을 이보다 잘 보여주는 장면도 드물 것이다. 일본백화점협회에 따르면 2025년 전국 백화점 매출은 약 5조6755억 엔으로 전년보다 1.5% 감소했다. 그런데 올해 6월만 보면 전체 매출은 전년 동월보다 2.3% 늘었다. 문제는 내용이다. 도쿄·오사카·교토·나고야 등 10대 도시가 4.0% 증가한 데 비해 그 밖의 지역은 3.4% 감소했다. 국내 고객 매출은 0.2% 줄었지만, 면세 매출은 무려 29.8% 증가했다. 대도시와 인바운드(inbound), 고가 상품이 백화점 매출을 떠받치는 동안 지방 점포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점포 수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일본백화점협회 조사 대상 백화점은 2010년 12월 261곳이었지만 2026년 6월에는 172곳으로 줄었다. 16년 사이 89곳, 약 3분의 1이 사라진 것이다. 올해 1월에는 오사카부 사카이시의 다카시마야 사카이점이 61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았다.

하지만 쇠퇴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살아남기 위한 변신도 빠르다. 간사이 지역 나라현 가시하라시의 긴테쓰백화점 가시하라점은 지난 6월 5층에 다이소와 스탠더드프로덕츠, 대형 캡슐토이 전문점을 함께 들였다. 다이소 매장만 약 743㎡ 규모다. 긴테쓰백화점은 지역 점포를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지역 생활에 필요한 '가치 제공형 점포'로 바꾸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중·상층에는 전문점과 테넌트를 적극 도입해 매장의 매력과 효율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일본백화점협회가 올해 6월 실적을 분석하면서 애니메이션·영화 관련 문화행사와 식품 행사가 신규 고객의 방문 증가에도 기여했다고 평가한 점이다. 이제 백화점의 경쟁력은 비싼 상품을 얼마나 많이 갖추었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사람을 불러오고, 오래 머물게 하고,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힘이 중요해졌다.

한국도 이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가기록원 자료에 따르면 1996년 전국의 백화점은 106개에 달했다. 이후 외환위기를 거치며 경쟁력이 약한 업체들이 대거 퇴출되고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다. 최근 통계는 조사 범위가 달라 과거와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2024년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AK 등 주요 5개사가 운영한 백화점은 68개였다. 이 가운데 매출 1조원을 넘긴 12개 점포가 전체 매출의 53%를 차지했다. 한국에서도 잘되는 대형점으로 소비가 집중되는 양극화가 뚜렷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지역 백화점까지 모두 서울의 초대형 백화점처럼 명품관을 확대하는 것이 정답일 수는 없다. 오히려 지역 주민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찾아올 이유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다이소나 서점, 지역 맛집, 어린이 시설, 병원, 문화교실, 생활서비스 같은 공간이 때로는 고급 브랜드 하나보다 훨씬 강력한 집객시설이 될 수 있다. 필요한 상품만 사는 것이라면 이제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하다. 오프라인 백화점은 온라인에서 얻을 수 없는 체류와 경험을 팔아야 한다.

백화점은 한때 '없는 것이 없는 곳'이었다. 이제는 '온라인에는 없는 것이 있는 곳'이 돼야 한다. 백화점의 품격도 비싼 물건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사람이 부담 없이 찾아와 사고, 먹고, 쉬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새로운 시대의 품격이다.

텅 비었던 층을 다시 북적이게 만든 다이소를 보며 생각했다. 다이소가 백화점의 몰락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 오래된 백화점이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새로 품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혁신이다. 앞으로 살아남는 백화점은 가장 비싼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다시 찾아올 이유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곳일 것이다.

송원서 (일본 슈메이대학교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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